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수도권에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70%를 넘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통상 전세가율이 60%를 넘어서면 매매전환이 이뤄진다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아무리 전셋값이 많이 올라도 세입자들이 집을 사지 않고 있는 것이다.
2일 KB부동산 알리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수도권에서 아파트 전세가율 70%를 넘어선 곳은 경기도 군포시(70.9%), 의왕시(70.2%), 수원시 영통구(70.5%), 장안구(70.2%) 등 4곳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지방은 전세가율 70%를 넘는 게 일반적이지만 수도권에서 전세가율 70% 돌파 지역이 한꺼번에 여러곳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서울·수도권에서 전세가율이 70%를 넘어선 사례는 2002년 4월 서울 강북(72.1%), 2002년 3월 인천(71.4%) 정도였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셋값이 아무리 많이 올라도 집을 선뜻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사람이 늘면서 전세가율도 지속적으로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낮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추세로 볼 때 전세가율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감정원은 2014년 부동산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아파트 매매가는 0.9% 오르는 반면 전세가는 3.2%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역시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이는 것도 전세가율의 지속 상승 관측을 뒷받침한다.
최근의 전세가 상승 흐름이 이어진다면 조만간 서울 강북 지역에서도 전세가율 70%를 넘는 지역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성북구의 경우 작년 말 현재 전세가율이 69.1%에 달한다.
전세가율 상승과 맞물려 '깡통주택'에 대한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 위원은 "현재 수도권 아파트 경매 물건의 평균 낙찰가율이 대략 80% 초반에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전세가율이 70%를 넘는다는 것은 전세 세입자에게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이 통째로 날아갈 위험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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