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감사를 차단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에도 국회가 회계법인 측 손을 들어준 탓이다.
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회계법인은 새해부터 손배비례책임제를 적용받는다. 기존에는 회계법인이 감사를 한 기업에서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면 회사와 손해를 공동배상해야 했다. 반면 비례책임제에서는 책임(귀책)비율만 배상하면 된다.
이같은 비례책임제는 회계업계가 지속적으로 도입을 주장해 왔다. 회계법인에 연대책임을 지우는 것은 해외 사례에 비해서도 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연대책임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안다"며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이 부도를 내 상환능력이 없을 때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모든 손실을 배상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실감사 사례가 최근 대형 회계법인에서 번번이 발생하면서 비례책임제 도입을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또한 회계법인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국내 4대 회계법인 가운데 하나인 삼일회계법인은 작년 말 상장폐지된 포휴먼이 저지른 분식회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해 투자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삼일회계법인은 금융감독원이 분식회계 혐의로 감리하고 있는 대우건설 감사를 맡았었다.
한영회계법인도 상장폐지된 중국고섬유한공사 투자자로부터 부실 감사를 이유로 피소됐다. 저축은행 사태 당시 부실감사 혐의로 기소된 공인회계사가 법정구속되는 첫 사례까지 나왔다.
국내 상장사는 물론 회계법인 스스로도 회계 투명성이 미흡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금감원이 작년 말 상장사 경영진 및 공인회계사, 교수를 비롯한 총 509명을 대상으로 회계 투명성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회계투명성 점수는 7점 만점에 4점을 받는데 그쳤다.
금융당국은 회계법인 부실 감사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회계법인에 대해 강력하게 제제할 수 있는 검사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분식회계 신고 포상금을 최대 20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안도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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