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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연초부터 은행권 고용에 적신호가 켜졌다. 각 은행들이 수익감소 및 금융환경 변화 등으로 영업점과 인력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올해는 신입채용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목표로 일자리 창출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지만, 은행들은 정책기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당수 은행들이 올해 지점 축소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금융당국도 저성장ㆍ저금리로 은행들의 순익이 감소한 것을 감안해 적자점포 정리하는 등 효율화를 독려하고 있다.
신한, 국민, 우리은행 등 이달 중 정리되는 영업점만 100개가 넘는다. 이밖의 은행들 역시 각 영업점별 실적을 파악한 뒤 순차적으로 영업점을 통폐합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도 줄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부지점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전일까지 받은 상태다. 앞서 국민은행도 임금피크제 대상(만 55세) 직원 중에서 희망퇴직을 신청받고 현재 대상자 선별 작업 중이다. 농협은행에서는 이달 말에 325명이 퇴직한다. 우리은행도 ‘전직지원제도’로 오는 3월 쯤 퇴직신청을 받는다. 신청가능한 직원은 250명이다.
영업점과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데에는 은행의 순익이 30%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KB· 우리·신한·하나등 4대 금융지주의 2013년 당기순이익은 5조3309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7조7114억원)보다 약 30%(2조3805억원) 줄어든 수치다.
순익감소 외에 영업점과 인력이 줄어드는 데에는 정보화 스마트뱅킹 등 정보기술(IT)발달도 한 몫 한다. 대면(창구) 영업의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영업점 인력의 입지도 좁아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국내 은행의 채널 트렌드 변화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은행 대면채널의 입출금과 자동이체 단순거래는 전체의 11.6%로 비중이 줄어들었다. 반면 모바일뱅킹은 전체 인터넷뱅킹 거래의 40%를 초과해 거래채널의 지형이 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젊은이들이 갈수록 은행에 들어가기 어렵게 됐다. 실제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채용을 줄이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신입 공채직원 수가 2012년 349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81명으로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도 400명을 뽑다가 지난해 100명을 줄여 300명만 뽑았다. 기업은행도 2012년에 492명을 뽑았지만 작년에 423명으로 줄어들었다. 농협은행의 경우 은행출범에 따른 인원수요를 맞추기 위해 2012년도 1138명을 뽑은 뒤 지난해에는 617명을 채용했다.
올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은행의 임금 및 복지수준이 좋다보니 쏠림현상도 심화된다"며 "아직 채용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작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등은 이미 고용없는 성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업이 발전을 해야 고용창출이 된다고 조언한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관치금융, 규제 등 우리 금융산업에는 지나치게 압박이 많은 상황"이라며 "수익이 다변화돼야 은행 같은 금융업에서도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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