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엘피다는 D램 반도체에서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위해 800억엔(한화 약 820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폰용 메모리를 20% 증산키로 했다.
엘피다가 신규 시설 투자에 나서는 것은 3년여 만으로, 2012년 2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회사는 지난해 마이크론에 인수됐다.
엘피다는 이번 투자를 히로시카 공장에 집중하며 올 하반기 안으로 D램 반도체칩 회로선록을 20나노미터(nm)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량생산에 성공한 D램 회로선폭은 25nm 수준이고 삼성전자는 20nm 후반이라는 점을 놓고 본다면 엘피다가 20nm 선폭을 실현할 경우 D램 생산량을 20%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20nm 기술을 적용한 D램 신제품은 전력 소모량을 10% 줄일 수 있어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인 스마트폰 업체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마이크론도 엘피다의 재건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마이크론은 오는 8월 종료되는 이번 회계연도에 31억달러를 투자키로 했으며, 이중 절반을 엘피다의 일본 및 중국 공장에 투자키로 했다.
또한 마이크론은 공정기술에서 앞선 히로시마 공장을 첨단 제품 공급기지로 차별화 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마이크 두란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의 사업을 첨단 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거점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간 매년 100명 규모의 기술자들을 상호 교류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과 SK하이닉스와 경쟁하기 위해 미국을 대표하는 마이크론과 일본의 엘피다가 역할을 분담하는 등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마이크론의 입장에서는 엘피다 인수를 계기로 뚜렷한 승기를 잡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감에 놓여있다. D램을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한국의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한국과 미·일·유럽간 통상 분쟁을 통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겪었다. 2000년대 초반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병해 출범한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채권단이 매각을 결정하자 마이크론은 최종 인수 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한국내에서의 반발 등으로 무산됐다. 이에 마이크론은 미국 정부를 통해 한국에 D램 보조금 지급 등을 문제삼아 세계무역기구(WTO)에 통상 분쟁을 제소했다. 미국 정부에 이어 역내 유일한 D램 생산업체인 인피니온 반도체가 있던 유럽연합(EU)과 NEC와 히타치, 미쓰비시의 D램 사업을 통합해 출범한 엘피다를 배경으로 한 일본 정부도 제소에 합류했다.
지루한 분쟁의 결과는 한국의 승리로 마무리 됐고, 2007년부터 벌어진 D램 업체간 ‘치킨게임’에서도 한국의 주도권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이닉스는 2012년 SK그룹에 인수돼 SK하이닉스로 재탄생 했으며, 모기업의 대대적인 투자 덕분에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반면, 인피니온은 D램 사업을 분사시켜 키몬다라는 별도 회사를 설립했으나 2009년 파산했고, 엘피다도 2012년 무너졌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마이크론은 자력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엘피다를 인수해 D램 시장에서 3강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한 1분기 실적 집계 결과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조정 순이익이 77센트의 깜짝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히는 등 엘피다 인수 효과를 누리고 있다.
향후 관건은 규모의 경제에 맞춰 시장 점유율을 어디까지 늘릴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7.1%, SK하이닉스가 28.5%를 차지했으며, 엘피다를 포함한 마이크론은 26.2%를 기록했다.
고객사 확보가 점유율 확대의 핵심인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국내에서 완제품 생산업체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해외시장에서도 스마트폰과 PC 등 메이저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일본과 미국은 자국내 완제품 생산업체가 몰락하면서 안정적이고 대량의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고객사 기반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세계 D램 시장을 이끌면서 지난해 D램 값이 2배로 뛰고 있고, 아시아시장에서 스마트폰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D램 수급은 올해도 빠듯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마이크론의 공세 수위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응 결과가 어떻게 되는 가가 향후 D램 시장의 판세를 결정지을 열쇠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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