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방역당국이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거둬들인 큰기러기 폐사체를 정밀검사한 결과, 가창오리와 같은 H5N8형 AI가 검출됐지만 큰기러기에 대한 정보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야생철새 관련 담당부처인 환경부는 AI에 감염된 큰기러기의 활동반경, 이동경로, 개체수 등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날부터 서해안 일대 철새의 주군락지인 금강호, 동림저수지, 영암호, 영산호 주변에서 정확한 철새 개체수를 조사 중"이라며 "내일까지 하면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무부처에서 야생철새의 정보를 확인하는 데만 이틀 정도가 걸린다면 야생철새에 대한 신속한 방역활동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
오리, 기러기 등 야생철새가 AI에 감염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12월 29일~2011년 5월 16일 139일간 25개 시·군에 53건의 AI가 발병했을 당시에도 쇠기러기 등 기러기과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됐었다. 그 이전에도 세 차례 고병원성 AI가 발생했을 때 야생철새가 주범으로 지목됐었다.
따라서 야생철새에 대한 정확한 정보 파악과 대책이 이미 설계돼 있어야 했다. 한마디로 여전히 방역체계에 '구멍'이 크게 뚫려 있다는 소리다.
아울러 방역당국은 동림저수지에서 머물다 21일 다른 곳으로 이동한 가창오리의 행방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창오리 등 대부분의 야생철새에 대해 위성위치추적기(GPS)도 부착하지 못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창오리는 오후 4시 반 이후 먹이를 찾아 떠난 뒤 다음날 새벽이나 아침에 월동지로 돌아오는데, 현재 개체수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조사 전문요원이 카운팅을 하고 있고 결과가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금강호에서도 처음으로 가창오리 폐사체가 발견돼 정밀검사가 진행 중이다.
야생철새의 폐사체는 갈수록 늘고 있고, 그 종류와 지역도 다양해지는 점을 미뤄보면 이번 AI사태는 확산되고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큰기러기는 가창오리와 같이 겨울 군락지를 형성하지 않고 전국에 분포하고 있다.
큰기러기는 유라시아 대륙과 아시아 북쪽에 주로 서식하며 10월 초부터 이듬해 3월 초끼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내는 철새로, 쇠기러기 다음으로 흔하게 볼 수 있는 종이다.
이는 큰기러기가 AI에 감염되면 전파범위 측면에서 가창오리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가창오리는 워낙 무리가 많아 가는 곳이 한정돼 있지만, 큰기러기는 개체수는 적지만 전국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활동반경을 넓혀 예찰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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