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자산운용사들의 잦은 운용자(펀드메니저) 교체로 펀드 수익률을 갉아 먹으면서, 운용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펀드가 꾸준한 수익률을 내기 위해서는 투자철학과 전략이 유지돼야 하는데 조직개편 등으로 펀드매니저의 잦은 교체는 물론, 일관성 있는 운용 기조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펀드매니저 잦은 교체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매매 회전율을 높여 고객 수수료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54개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운용인력을 변경한 횟수는 등록 2339건, 말소 2193건으로 총 4532건에 달했다. 지난해 최소 2000개에 이르는 펀드 운용자가 바뀐 셈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방대한 시장정보를 선별하고 운용 전략을 짜는 펀드매니저 역량은 펀드 성과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소”라며 “잦은 교체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도록 만들 수 밖에 없어 펀드 수익률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태희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펀드매니저가 빈번히 변경될 경우 운용방식 변경에 따른 포트폴리오 종목교체로 수수료가 발생한다”며 “이에 따른 펀드손실은 모두 투자자에게 귀속된다”고 설명했다.
운용사별로 살펴보면 펀드매니저 교체가 잦았던 운용사 성적이 저조했다.
작년 1~4분기 평균 21명의 펀드매니저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자산운용은 이 기간 216번의 등록과 249번의 말소로 54개 운용사 중 매니저교체가 가장 잦았다. 우리자산운용의 운용 펀드는 평균 한달에 한번꼴로 운용자가 교체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이 운용사의 액티브주식일반 펀드 수익률은 0.08%로 전체 운용사 수익률 1.6%를 밑돌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지난해 평균 32명의 펀드매니저를 유지, 등록 167건과 말소 139건으로 운용역 변경이 300건에 달했다. 이 기간 펀드 성과는 -2.4% 손실을 봤다. 이외 한화자산운용(등록 153건, 말소 172건) 하나UBS자산운용(등록 151건, 말소 130건) 등이 잦은 매니저 교체로 펀드 수익률이 1%도 채 안 됐다.
우리자산운용 관계자는 “대형자산운용사들은 펀드 수가 많아 잦은 교체로 보이는 것”이라며 “조직개편 등을 통해 운용자가 바뀌는 것으로 특별한 사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자산운용보다 펀드 수가 많은 KB자산운용의 경우 5.09%로 우리자산운용 성과를 크게 웃돌았다.
1월 초 현재 우리자산운용의 펀드 수(공모펀드 기준)는 128개이고 KB자산운용의 펀드 수는 140개다. KB자산운용의 운용역 교체도 등록 72건, 말소 119건으로 총 191건으로 우리자산운용의 절반도 안된다. 더구나 펀드매니저 1인당 설정액은 KB자산운용이 5500억원으로 우리자산운용(4127억원)보다 크다.
하이자산운용도 펀드매니저 19명, 펀드수 95개, 등록과 말소 총 149건으로 지난해 4.66%의 이익을 거뒀다.
펀드 수와 규모는 작지만 등록과 말소 각각 41건, 12건으로 매니저 변경이 적은 편에 속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지난해 15% 이상의 이익을 거뒀다. 신영자산운용도 운용역 변경 총 70건으로 지난해 액티브주식일반 펀드 수익률이 13%에 달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한국운용과 신영자산 등은 매니저 변경이 적어 꾸준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며 “가치투자를 기다려줄 수 있는 회사 분위기도 성과의 바탕이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꾸준한 성과를 내는 펀드를 고르기 위해서는 매니저 교체가 적은 펀드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시장의 부침을 겪으면서도 펀드 스타일과 운용철학을 지킨 펀드 수익률이 우수하다”며 “일관성이 있는 운용 기조와 매매 회전율이 높지 않은 펀드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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