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금융당국이 카드사는 물론 시중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 범금융권에 대한 정보보호 관리실태 현장검사에 착수하자 제2금융권 곳곳에서 개인정보 불법 활용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들 카드ㆍ보험사의 대면채널인 설계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정보에 대한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카드설계사의 장부는 '판도라상자'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카드설계사 수는 3만4683명이다. 카드설계사는 지난 2011년 12월 기준 5만명에 달했지만, 이후 급격하게 줄고 있다.
카드 불법모집을 막는 일명 '카파라치' 제도 도입과 신용카드 발급 기준이 강화되면서 이들의 영업 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 속에서 신규 회원 유치를 위한 과당경쟁이 유발돼, 설계사들이 보유한 개인정보도 막무가내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카드설계사의 경우 타 카드사로의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설계사들이 보유한 정보가 보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카드설계사는 "규정상 설계사들이 개인적으로 개인정보 관리를 못하게 돼 있지만, 일부는 장부를 만들어 다니는 경우도 있다"며 "한 카드사에서 1년 정도 근무하다 타 카드사로 옮길 경우, 해당 장부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카드를 바꿔달라고 요청한다. 카드업종 특성상 신규 회원 유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카드설계사들은 영업상 발급수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신규회원 유치를 위한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많을 수록 영업에 유리하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설계사들의 장부에는 성명과 주민번호, 전화번호는 물론 직장, 직급, 결제 계좌까지 포함돼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직률이 높아 일명 철새설계사로 불리는 이들의 개인정보 장부는 회사 차원에서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카드사 사장들은 대부분 임기가 2년으로 한정돼 있어, 기간 내에 눈에 띄는 실적을 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이렇다보니 설계사들의 과당경쟁은 더욱 심각해지고, 그로 인해 개인정보도 막무가내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민감정보 보유한 보험설계사
설계사들을 통한 개인정보 관리는 보험업계에도 적용된다. 특히 보험사의 경우 기본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질병, 차량 관련 민감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유출됐을 경우 파장이 더욱 크다.
보험설계사도 카드설계사와 마찬가지로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특히 회사망 및 설계사 개인 인증을 통해서만 접속 가능한 사내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이를 통해야만 고객 정보 열람이 가능하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데이터베이스(DB)화 한 개인 장부다. 보험설계사는 신규 고객 유치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유지하는 유지율도 매우 중요하다.
이렇다보니 카드설계사에 비해 고객과의 접점이 더욱 많고, 수시로 고객정보를 열람해야 한다. 개인정보 노출이 훨씬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처럼 고객들을 일일이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다보니 회원 장부를 개인적으로 보유하는 경우도 훨씬 많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생보업계 설계사는 13만7582명, 손보업계 설계사는 17만명으로 집계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설계사들은 기본적으로 고객의 정보가 게재된 문서나 보험증권 등을 함부로 관리할 수 없도록 교육받지만, 이를 무시하고 개인 DB를 구축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러도 적발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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