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고객에게 뒷통수를 맞은 금융사 입장에선 대출사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밖에 없다.
다만 고객 정보유출 사태에 이어 대출사기 사건도 터지면서 금융권이 지나치게 혼탁해지자 책임공방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갈수록 커지는 대출사기 파장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를 본 금융사와 피해금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증의무 등을 둘러싼 금융사 간 책임 공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초 시중은행 3곳과 저축은행 10곳이 대출사기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저축은행이 4곳 추가됐다. 대출 손실은 하나은행 1624억원, 농협은행 189억원, 국민은행 188억원 등 시중은행이 2001억원이다.
저축은행 중에선 BS저축은행이 234억원으로 피해금액이 가장 크다. 이밖에 OBS저축은행, 현대저축은행, 인천저축은행, 우리금융저축은행, 아산저축은행, 민국저축은행, 공평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등을 합쳐 저축은행의 피해금액은 800억원이다.
앞으로도 이번 사건에 연루된 금융사와 피해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특히 금융권은 행여나 자사 직원이 대출사기에 직접적으로 관여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긴장하고 있다.
이미 경찰과 금융당국이 대출에 연루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내부 직원까지 관련됐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사기의 피해자에서 자칫 가해자로 바뀌 수도 있는 것이다.
금융사들은 이번 대출사기 사건으로 인해 책임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해당 금융사 입장에선 피해를 빤히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금융사들, 피해 최소화 안간힘
우선 지급보증을 선 증권사들은 "보증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하나은행의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에 각각 275억원과 100억원의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반면 하나은행 측은 "대출이 발생한 이상 두 증권사에 채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보증책임을 둘러싸고 하나은행과 증권사 간 소송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행과 국민은행 역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국민은행은 "농협은행에서 구조화하고 신탁기관으로 역할을 한 ABL(유동화 수익증권)에 2회에 걸쳐 단순 참가은행으로 대출을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신탁기관이 발행한 수익권증서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했으므로 손실 가능성도 없다는 게 국민은행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은 "국민은행은 신탁기관이 아닌 신탁자산을 보고 투자한 것이므로 원금보장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향후 대출 관행을 올바르게 정립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불분명한 게 많다보니 책임을 가리기 위해선 소송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책임 공방을 지켜보는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대출 실행시 신중하지 못했던 금융사들이 뒤늦게 서로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객 정보유출 사태가 터졌을 때에도 해당 은행과 카드사들이 내부 직원이 아닌 대출모집인과 파견직원 등 외부인의 소행이란 사실을 유독 강조하며 일종의 '꼬리 자르기'를 위해 노력했었다. 이신형 농협카드 사장은 "우리도 피해자"란 발언을 했다가 정무위원회 의원들로부터 호되게 질타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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