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CT, 철강 등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반면 일본 수출은 엔저에도 부진한 편이다. 이는 일본 기업들이 수익성 위주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엔저가 장기화될수록 일본 기업들이 단가 위주 전략으로 전향해 위협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엔저 리스크에 대한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지난해 달러표시 일본 수출은 엔저에도 오히려 6.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엔화 기준으로는 69조7877억 엔을 수출해 9.5% 증가했지만 수입이 81조2622억 엔으로 15% 증가해 무역적자 폭이 11조4745억 엔으로 전년(6조9410억 엔)보다 대폭 커졌다.
이에 비해 한국은 ICT와 자동차, 철강 등 엔저 영향 리스트에 오른 품목들이 수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등 ICT 수출은 지난해 사상 최대 무역흑자를 달성했다. 자동차 역시 무역흑자 최고치를 찍었다.
올들어서도 지난 1월 자동차 수출이 9.9% 감소하긴 했지만,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는 15%대, 철강은 9.6%의 수출 증가율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엔저 영향은 아직 크지 않다”며 “환율은 항상 부정적 효과와 긍정적 효과가 상존하며, 엔저의 경우 일본산 원재료 조달 비용이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엔저 영향이 크지 않은 이유는 일본 기업들이 수출가격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일본 도쿄무역관에 따르면 엔저에도 일본 기업들이 수출가격을 인하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량확대를 통한 시장점유율 확보보다는 수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무역관은 일본 기업들이 리먼 쇼크 이후의 엔고 국면 아래에서 잃은 수익을 되찾는 것이 급선무이며, 엔저국면이 지속될지에 대한 확신도 서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LG경제연구원도 엔저가 향후 지속될지 확신이 없고 수익성 개선도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일본 기업들이 달러 표시 수출 가격을 대폭 인하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기업들이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한 것도 주된 요인으로 분석됐다.
연구원은 과거 엔고시기를 겪으면서 일본 기업들이 환율변화에 대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해외 생산을 늘려온 것이 오히려 일본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무역관은 리먼쇼크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의 생산거점 해외이전이 가속화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올해 캐논, 파나소닉 등 일부 업체가 엔저로 국내생산을 늘린다는 방침이나, 기존 설비의 가동률 증가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기대한 엔저 국면의 수출급증 시나리오는 상당히 빗나가고 있다”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엔저가 수익확대로 연결되고 있으나, 확대된 수익이 임금인상을 통한 내수확대,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엔저가 지속될수록 환율 변화를 기업 단가전략에 반영하는 일본 기업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엔저 영향이 커질 가능성도 대두된다. LG경제연구원은 “아직까지 엔저 효과가 크지 않지만 자동차를 중심으로 올해 중 효과가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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