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요즘 정치권의 최고 이슈메이커로 떠오른 박원순 서울시장. 일찌감치 차기시장 도전을 공식화해 '재선 필승' 모드로 돌입한 가운데 당내는 물론 여당에서 조차 박원순 대세론에 경쟁주자를 선뜻 내세우지 못하고 바짝 움츠러든 양상이다. 박 시장은 수 차례 "서울시정에만 전념하겠다"며 차기 대권과는 명확히 선을 그었지만 아직도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된다. 서울시장 자리가 대권으로 향하는 '디딤돌'이라 불리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올해 구호를 '이통안민(以通安民, 소통으로 시민을 편안하게 한다)'으로 정했다. 시민들을 잘 모시고 가는 마부가 되겠다는 의미다. '온라인 취임식' '60여년 만에 시장 집무실 첫 공개' '시민 메시지로 꾸민 초호화 벽지' 등 서울특별시장을 권위의 자리가 아닌 친근함으로 포장하려 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매 일정을 초 단위로 짜 그야말로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빡빡한 일정을 소화 중이지만 피곤하거나 지친 기색은 하나없다. 박 시장은 지난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피로나 스트레스, 압력들을 자가 해소할 수 있는 면역체계를 갖고 있는데 예컨대, 심리적ㆍ신체적 긴장 상태를 기쁨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세상의 어떤 것도 결국은 자기 마음 속에 다 있으므로 마음을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 바로 핵심은 생각의 전환"이라고 그 비결을 소개했다.
- 평소 서울시를 지식경제의 도시, 지적소유권의 도시, 관광 엔터테인먼트의 도시라 규정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른바 '원순노믹스'를 내세운다. 한 마디로 서울시가 나아갈 미래상인데, 마이스(mice)산업을 포함해 경제 전반으로 분야가 방대하고 추상적으로도 느껴진다.
"지금껏 경제정책에 관해 경제를 이렇게 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없다. 약 2년간 서울시의 다양한 접근을 통해 경제적 정책을 실험해보고 정리한 것이 이른바 '원순노믹스'다. 서울이 과거와 같은 제조업이라든지, 고도성장 시대의 성장 패턴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최근 15년 동안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2만5000달러 수준으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원인이 뭘까 생각했고 지식경제·지식중심을 떠올렸다. 그래서 선언한 것이 지적소유권의 도시 서울이다. 중소기업들이 특허를 잘 내고 등록하면서 그것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특허분쟁 갈등을 해소하는 국제중재재판소 유치가 대표적 결실이다.
다음으로 서울에 여러가지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춘 지식클러스터들이 있다. 1만1000여개의 기업이 모인 구로ㆍ금천ㆍ가산동 일대 'G밸리', 1970년대 우리나라 성장의 견인차였던 KIST나 KAIST 등 지역은 쇠퇴해가고 있다. 그것을 일명 '홍릉밸리'란 이름으로 종합적 의료관광의 중요 거점으로 만들 생각이다. 대학병원 등을 활용해 에이징(ageing), 즉 노화를 중심으로 한 혁신을 구상 중이다. 이외 R&D 융복합 최첨단 도시로의 마곡지구, 상암디지털단지 등과 같은 집적지가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이어 전통시장을 잘 살려내는 것이다. 주차장을 새로 짓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 인근 이면도로에 일정 시간대 주차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100% 카드 결제, 불결한 가판대 개선 등 이런 식으로 변화를 꾀한다. 끝으로 관광 및 마이스산업은 서울의 미래 먹거리다. 맥킨지에 컨설팅을 한 결과다. 코엑스도 벌써부터 포화 상태였다. 현재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데 과를 승격해서 국을 만들었다. 특히 마이스산업 인프라를 지금의 4배 정도로 확장할 계획이다."
- 2012년 9월 서울시를 공유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자동차나 공간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사람과 재능까지도 함께 나누겠다는 선언이다. 그야말로 협력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인데, 1년 6개월이 지난 현 상황을 점검한다면.
"많은 채비를 갖추고 안착시키는 단계다. 예를 들어, 승용차 공동이용 서비스인 '나눔카'는 도입 1년째인 이달 초 회원이 16만명을 넘어섰다. 이전에는 차를 빌려쓰면 원래의 자리에 갖다놔야 했는데, 이제 편도로 사용할 수 있게 시스템을 바꿨다. 또 여러업체가 호환이 가능하도록 해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새로운 주택문화도 전파했다. 1ㆍ2인 가구가 거주하는 다세대주택의 필요 없는 유휴공간을 관광객이나 대학생에게 빌려주는 '렌탈' 문화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는 임대차와 확연하게 다르다."
- 2022년까지 서울시 협동조합 수를 8000개로 늘리겠다고 밝히며 이들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박 시장 자신은 '협동조합 전도사'를 자처했는데, 일각에서 이를 '풀뿌리지지 조직' '복잡한 정치적 셈법' 등이라면서 비판하는 시각에 대해.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은 협동조합이란 제도 자체가 앞서 보편화됐다. 이들 나라의 웬만한 도시의 역에 내려서 가장 큰 건물을 찾으면 협동조합이 운영 중인 쇼핑몰이다. 협동조합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합리적 이익을 균점하고 공동체 발전이나 심지어 지역경제의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장점이다. 각종 장점들이 증명돼 있고 우리나라도 2011년 연말에 협동조합기본법을 여야가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금에와서 법을 만든 당사자들이 문제가 있다고 한다. 잘하자고 했더니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은 과연 어떤 심보를 가졌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
- 과거 시민운동의 대부로 불렸다. 당시 정치권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했던 게 사실이다. 현재 제도권 안에 들어왔는데 시민운동가 박원순과, 정치인 겸 행정가 박원순의 달라진 점은.
"간략하게 비판하던 입장에서 비판을 받는 입장이 됐다. 다시 말해 대범해야 한다. 비판의 소리를 겸허히 듣는 용량이라고 할까, 지금은 서울시의 최고 결정권자이므로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시장으로 당선된 건 여러 일들의 장점을 시민들이 본 것이라 생각한다. 즉 실천할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봤던 혁신적 내용들을 어떻게 하면 서울시 안에 접목시키고, 시민들의 꿈과 소망을 달성시킬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한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 그것을 현실감 있게 바닥부터 실천해가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늘 초심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적을 듯싶다. 본인이 생각하는 '서울시민 원순씨', '시장 원순씨', 가정에서 '가장 원순씨'는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시민은 '내가 시장'이란 마음가짐으로 시정에 내 일처럼 나서는 '참여 시민'이다. 과거 20여 년간 시민운동을 하면서 우리사회의 각종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최고의 시민이었다고 자부한다. 다음으로 최고의 시장은 '시민의 뜻'을 이정표 삼아, 시민의 뜻을 실천하는 '시민 시장'이다. 시민의 뜻에 따라 서울을 변화시켜가고 있으며, 곧 시민들의 중간평가를 앞뒀다.
그리고 최고의 가장은 가족과 희노애락을 나누는 '함께하는 가장'이라 생각한다. 그간을 되돌아보면 살짝 자신이 없어진다. 가족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한 낙제점 가장이다. 동시에 더 늦기 전 늦깍이 가장으로 점수를 만회하고자 노력 중이다. 가족들은 내게 자신을 돌아볼 시간과 기회를 줬다.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가족이며, 나 역시 제 점수를 만회하고 싶은데 말처럼 쉽지 않다."
- 6ㆍ4 지방선거가 최대 관건이다. 안철수 의원이 이끌고 있는 새정치연합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또 공공연히 안 의원에게 진 빚은 갚겠다고 했는데 어떤 형식이 될지.
"새 정치가 필요한 시대이다. 안 의원의 새로운 정치가 일정한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이유는 이른바 '여의도정치'로 상징되던 정파적ㆍ당파적 정치, 분쟁과 갈등 진원지로의 정치, 이런 것들을 불식해서 국민이 중심에 있는 이런 정치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2011년 당시 (서울시장 후보를)양보했던 것 역시 (나를)새 정책을 구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본 것이다.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 아주 자주는 아니지만, 늘 서로 함께했다.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만날 날이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지난 2년 동안 새로운 정치, 시민을 중심에 놓는 정치와 씨름하고 있다. 그래서 시민들의 상당한 지지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관점에서 좋은 일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 본다. 지금의 새정치연합이 꿈꾸고 있는 것 역시 나와 같은 새 정치를 하자는 것이다. 당파적 입장이 아닌 시민들이 바라는 게 무엇인가. 시민이 원하는 것 또는 시민의 이익이 뭔가, 이 관점으로 생각한다면 (새정치연합과)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자기의 작은 당리당략을 넘어 국민을 위해 더 크게 하나가 되는 것이 새 정치다."
- 마지막으로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한다면.
"우리 국민들의 수준을 정치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정치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도 나오고, 정치권이 가장 불신받는 집단으로 낙인찍히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정치도 얼마든지 시민들의 소망을, 시민들의 아픔을 달래주고, 그 꿈을 실현시켜 줄 수도 있다. 부족하고 짧지만 2년 넘도록 그렇게 노력해왔다.
지금 트위터나 인터넷을 보면 '내가 서울시민이라면 세금을 더 내겠다'는 분도 많다. 감동을 낳는 정치가 돼야 한다. 그렇다고 남 탓할 필요도 없다. 본인의 자리에서 일을 통해서 보여주면 된다. 이 같은 측면에서 서울시는 조용하다. 이념적 갈등이 다 사라졌다. 서울시장으로 지역이나 세대 갈등, 빈부격차 등의 균형을 잡는 중심추로 역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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