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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 차례 문제가 된 도크와 로우로우의 가방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 낸시곤잘레스ㆍ필립프레인ㆍ몽클레르 등 소위 '뜨는' 브랜드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유사상품이 수백 건 등장한다. 소위 '00 ST(스타일 약자)'상품이다. 서로 비슷한 디자인과 색상은 물론 특정 브랜드 고유 상표까지 노골적으로 카피한 제품이 대다수다. A 쇼핑몰에서 명품 의류 복사품으로 인기를 얻은 상품 후기는 "상품 디테일까지 진품과 똑같아 주위에서 아무도 못 알아본다. 만족도 200%다”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동남아와 미국, 유럽 등에 한류 패션을 전파하는 낯 뜨거운 한국패션의 '현 주소'다.
국내 패션업계가 요즘 때 아닌 '표절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외 유명브랜드와 대기업, 중소업체, 디자이너 등이 먹이사슬로 맞물려 서로 피해자와 가해자 역할을 반복하는 퇴행적 구조가 되풀이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브랜드 버버리는 최근 LG패션과 쌍방울에 잇단 상표권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LG패션의 닥스 셔츠와 쌍방울의 TRY 남성 속옷 체크무늬가 버버리 고유의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도 최근 LG패션 라푸마가 자사의 워킹화 디자인을 표절했다며 판매 중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LG패션 측은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주장했다.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도 지난해 자사 크로커다일레이디 제품이 디자인 표절 논란에 시달리자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곧바로 사과했다.
드러나지 않는 중소업체, 신진디자인의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
유니클로, 에잇세컨즈 도크(DOHC) 등은 지난해 중소디자이너 브랜드의 잡화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아 해당 제품을 회수했지만 소비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패션계에 디자인 베끼기는 비일비재하다"며 "돌고 돌다보면 자신이 몇 년전에 만들었던 제품을 카피하는 웃픈(웃기고 슬픈)현상도 생긴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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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유니클로와 코벨의 양말
'모방'과 '창조'의 경계가 애매해 어디까지를 표절로 볼 것인지 적당한 선례가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A 중소의류 기업의 디자이너는 "회사에서는 '티 나지 않게 베끼는 것도 경쟁력'이라면서 은근히 표절을 부추기는 분위기도 있다"며 "모방과 창조의 경계가 모호하고, 유행처럼 터지는 아이템을 놓칠 수도 없다보니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기 실적 상승에만 급급한 회사 분위기 탓도 크다. 업계의 70~80%가 중소업체다보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를 관리하기 보다는 적당히 '한 철 때우기용' 아이템이 난무한다.
B의류 관계자는 "디자인을 개발해 한 가지 상품으로 키울 때까지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산출하면 중소업체는 3년도 버티기 힘들다"며 "한 브랜드에서 매 시즌 출시되는 아이템이 평균 300~400개인데 모든 제품의 상표권을 등록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패션업계 지식재산권 침해 단속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의류산업연합회가 집계한 상표 및 디자인 침해 분쟁건수는 지난 2010년 246건에서 2012년 482건, 2013년 612건으로 3년만에 149%나 급증했다.
때문에 한섬, 코오롱FnC 등에서는 매년 디자이너와 법무팀이 참관한 자체 심사회의를 열고, 특허가 가능한 패턴ㆍ상품 등을 사전 심사한다. 특히 한섬은 매 시즌 QM전담반을 만들어 현장 감독을 강화하고, 온라인마케팅 팀을 꾸려 디자인 도용 등에 대한 모니터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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