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규제 지우개’다. 안된다, 못한다, 할 수 없다를 ‘된다’, ‘한다’, ‘할 수 있다’고 한 글자만 바꿔도 규제는 사라질 것이다.”
“수면 위 빙산 규제는 2%에 불과하다. 보이지 않는 나머지 물 밑의 98%의 규제가 중요하다. 이러한 빙산을 녹여줘야 한다.”(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재계와 산업계를 대표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주제 발표를 한 박 회장과 이 부회장은 개별 규제 하나만 해결되선 안되며, 중앙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관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 덩어리 규제, 복합규제를 한꺼번에 혁파해야 기업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복합규제가 가장 큰 문제”라고 운을 뗀 박 회장은 “일부 부처만 개혁해선 성공할 수 없다. 공장 신증설 등 신사업 추진 대부분이 복합규제에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합규제 처리를 위한 각 부처 간 합의도출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제의했다.
이어 “예전엔 선진국에선 행하는 규제 중에 우리가 안하는 걸 벤치마킹했는데, 이제는 선진국에서 안하는데 우리가 하는 건 뭔지 찾아내서 그걸 없애는 벤치마킹을 해야 한다”며, “규제자와 피규제자는 셈법이 다르다. 하는 쪽은 덧셈, 받는 쪽은 곱셈이다. 규제자는 6개 중 4개를 철폐하면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하지만 받는 쪽에선 숫자 여럿이 있어도 0이 하나만 있으면 전체가 안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규제개혁의 결과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거나 감사를 받으면 공직자 누구도 못 나선다. 규제를 개혁한 공직자를 배려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에 이어 발제자로 나선 이 부회장도 “규제개혁의 실적을 건수 중심보다는 실제로 미치는 효과나 영향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계획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이 따르는, 책상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이뤄지는 규제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 분위기를 보니 뭔가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낸 이 부회장은 “살 사람도 있고 팔 사람도 있는데 규제가 막고 있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현장대기 투자 규제를 먼저 개혁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장대기 투자저해 규제 △프로젝트 저해 △덩어리 규제 △과소공급산업 규제 △낡은 규제 △갈라파고스 규제 △숨은 규제 등을 없애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영화산업의 경우 사전심의제 위헌판결이 내려진 1996년 23.1%였던 객석 점유율은 사후등급제로 전환된 뒤 2012년 57.9%까지 상승했다. 자동차 개조산업도 구조변경 허용 및 인증체계 개선만 이뤄내면 2012년 5000억원에 불과한 관련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4조원대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류열풍으로 인기 절정인 ‘천송이 코트’를 중국에서 사고 싶어도 못 사는데 바로 액티브X 때문”이라며, “규제를 풀 때는 하나하나가 아니라 한꺼번에 풀어야 한다. 관련 규제 10개중 9개가 풀려도 1개만 안 풀리면 사업 집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최를 4년 앞둔 평창동계올림픽 스키장 건설도 덩어리 규제로 신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과소공급 산업의 규제부터 완화하는 것에 창조경제의 답이 있다”며 국제수지 적자 산업,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기업, 외국에 있으나 국내에는 없는 직업 등을 거론했다.
또한 제정 당시에는 적절했으나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현실과 동떨어진 낡은 규제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록된 경제규제 가운데 절반 이상이 10년이 넘고 30년 이상된 것도 10%에 달한다.
글로벌스탠다드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에서만 진화한 ‘갈라파고스 규제’로는 외국환자를 유치하는데 있어 국내보험사는 금지하는 조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폐지를 권고한 주택분양가 상한제, 렌트카 업체의 경우 차는 빌려 줄 수 있지만 운전자 알선은 금지하는 등의 사례를 거론했다.
더불어 이 부회장은 등록 규제 외에 미등록, 유사, 탈법규제 등 숨은 규제가 사실상 등록규제 못지않은 부작용을 초래하므로 개혁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면 위 빙산 규제는 2%에 불과하다. 보이지 않는 나머지 물 밑의 98%의 규제가 중요하다. 이러한 빙산을 녹여줘야 한다”며, “지자체 조례 지침 등이 기업에게는 부담이 더 크다. 미등록 규제, 유사규제, 행정지도 등 탈법 규제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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