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소신있는', 그러나 '열린' 자세의 한은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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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3-2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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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뚜벅뚜벅 앞을 보고 가는 것입니다."

지난 2011년 4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여론과 배치된 결정이었다. 시장에선 "한은이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5월에도 금리는 제자리였다. 김 총재는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면 사고가 나지만 그런 적은 없다"고 말했다.

6월, 한은은 금리를 깜짝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정부의 압력에 떠밀려 시장을 배신했다'는 말들이 나돌았다. 이 같은 풍경은 지난해 5월 금리를 깜짝 인하했을 때도 여지없이 나타났다.

김 총재가 오는 31일로 지난 4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한다. 그의 임기 내내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의 부정확한 시그널(신호)이 혼란을 가져다준다는 아우성이 높았다. 이 때문에 이주열 차기 한은 총재 후보자는 '불통'으로 낙인찍힌 한은의 이미지를 '소통'으로 바로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발하게 됐다.

중앙은행의 소통이 중요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점차 확대돼 온 중앙은행의 책무와도 관련이 있다. 물가 안정뿐만 아니라 금융안정 기능까지 소화하게 되면서, 중앙은행의 결정이 갖는 무게가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통에 실패할 경우 중앙은행의 결정은 사회에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중앙은행의 독립성도 폐쇄성으로 변모할 우려가 크다.

김 총재가 언급했던 소신있는 발언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결정을 대중들이 납득할 수 있을만큼 보다 간극을 좁혔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그 대상은 비단 금융시장만이 아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시장과 중앙은행 간 소통 부재의 문제를 지적했다. 주변에서 거는 기대도 크다.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부디 현명한 판단과 열린 자세로 한은을 이끌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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