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20년 무분규’ 달성 험난, 노조 14년 만에 최고 인상안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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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0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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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요 사업장 노조중 처음으로 13만원 요구안 제시, ‘춘투(春鬪)’의 핵 떠올라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9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협을 이끌어낸 조선업계 수장 현대중공업의 평화적 노사관계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다음 달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올해 전 사업장 임금 및 단체협상을 주도할 핵으로 떠오르며 험난한 ‘춘투(春鬪)’를 예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8일 올해 임금 13만2000원(기본급 대비 6.51%·통상임금 대비 5.90%)을 포함한 50개 항목의 임·단협 집행부 요구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호봉승급분 2만7000원 추가 인상 요구안(현 2만3000원, 인상시 5만원)을 더하면 실제 요구액은 15만9000원으로 기본급 대비 단순 비교한 실질 임금 인상률은 7.84%에 달한다. 이는 지난 14년 동안 노조가 제시한 요구안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노조는 또한 성과금으로 ‘250+α’를 요구했다.

노조는 오는 10일 임시대의원회의에서 집행부 요구안을 의결해 최종 요구안을 확정하며, 18일 사측에 정식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 즈음 노사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에 본격 돌입한다.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과 더불어 2014년 임·단협의 최대 이슈는 ‘임금 인상’이다. 노조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해 왔으니 막대한 수익을 거둔 올해는 사측의 성의 있는 ‘보답’이 있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며, 사측은 아직까지는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회사의 재무 상황을 뛰어넘는 인상은 어렵다는 반론을 제기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요 사업장 중 처음으로 임·단협 요구안을 공개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그동안 온건·실리 성향의 집행부 시절에는 사측과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2009년에는 임금인상 요구안을 사측에 위임했으며, 2010년 8만9182원, 2011년 13만545원, 2012년 11만1231원, 2013년 9만1221원 등에서 타협을 이뤄냈다.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보낸 임·단협 설명서를 통해 “지난 10년간 계속된 성장에 힘입어 천문학적 수익을 달성했고, 작년에도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매출액 24조2000억원을 달성했다”며,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종업원들의 임금과 후생복지는 재벌기업 가운데 하위권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웃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큰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일류회사로써 금융감독원 보고서에도 지불능력이나 수익률이 최고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회사는 대한민국 대표 중공업답게 한 발 앞서 노동조합의 요구를 수용하는 성의를 보여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년 만에 강성으로 평가받는 정병모 후보가 노조위원장에 당선되면서 올해 험난한 노사갈등이 예고됐다. 정 위원장은 2004년 탈퇴한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재가입을 추진하는 한편, 현대차 등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들과의 동맹을 통해 노조의 협상력을 높이겠다고 밝히며, 사측에 압박을 가했고, 이번에 임·단협 요구안이 나오게 됐다.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노조는 조업중단, 파업 등을 진행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사측은 노조로부터 최종안을 전달 받는대로 사측의 안을 제시할 예정이며, 협상을 거쳐 양측이 상호 윈-윈하는 최선의 타협을 이뤄낼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19년간 쌓아온 노사간 상호신뢰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 요구안을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다.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요구안이 앞으로 공개될 타 사업장 노조의 임·단협안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현대중공업의 상황에 따라) 우리 기업의 올해 임·단협도 한층 더 어렵게 진행될 수도 있을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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