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은미(46)에게도 세 모녀의 사건은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조금만 관심 있게 쳐다보면 되는 일에 무관심한 사회에 한숨을 쉬다가 자신을 되돌아봤다. 몸을 사리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자신을 채찍질하고 나아가 주저하는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단다.
지난달 27일 발매한 신보 ‘스페로 스페레(Spero Spere)’는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라틴어다.
‘맨발의 디바’라는 타이틀로 무대 위에 서지만 노조 집회, 장애인 행사, 인권시민단체 행사, 강기훈 후원 콘서트 등 사회 활동에 적극적이다. 지난 대선에는 문재인 후보 찬조 연설을 맡았고 지난해 10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음반 ‘탈상’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은미는 부담이 생겼단다. 자신에게 가진 무거운 이미지를 탈피하려 이은미는 이번 앨범을 통해 노래를 위한 노래를 만들었다. 너무 애쓰지 않고 덜어내려했던 노력은 자연스러움을 가져다줬다. ‘스페로 스페레’에는 무언가 내려놓은 이은미의 편안함이 깃들어 있다.
“이번 앨범에 정치적 성향이나 발언의 목적은 없어요. 그래도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제가 여전히 활동하고 변화를 모색한다는 모습으로요.”
“처음 이 노래를 듣고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슬펐어요. 처음에는 ‘가슴이 운다’였는데 무언가 부족하더라고요. 윤일상 씨가 ‘누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떻겠냐’라고 해서 내 나이에 드는 생각, 관점, 불안감 등을 편안하게 쓰기 시작했어요.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는 순간 빠르게 풀려나갔고 30분 만에 수정을 끝냈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슬픈 노랬는데 희망차게 바뀌게 됐어요.”
“듣는 사람마다 감정을 제각기”라면서 다양한 해석을 나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희망적인 메시지가 누구에는 구슬프게, 기쁘게, 웃기게도 들렸으면 바람으로 노래에 대한 설명은 자제했다.
이은미와 윤일상은 오랫동안 작업해온 콤비다. 대표곡 ‘애인있어요’ ‘헤어지는 중입니다’, ‘녹턴’, ‘너는 아름답다’ 등이 두 사람의 하모니에서 나왔다.
그렇지만 안정선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히트를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질문에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신인 작곡가부터 베테랑까지 몇 십 곡에 달하는 노래를 들어봤고 기준은 ‘좋은 노래’ ‘나를 살려주는 음악’이었다고. 그러나 역시 나를 편안하게 풀어줄 수 있는 작품은 윤일상이라는 선택에서 이번 작업이 이뤄졌다.
“LP부터 카세트테이프, CD, 현재의 디지털 음원까지의 세대를 쭉 살아온 음악인으로서 음악이 전해지는 과정이 생략된다고 느껴집니다. 자료가 넘쳐나는 시대에 소장하는 가치가 작아지는 것도 씁쓸하고요. 제가 옛날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과거 손꼽아 기다렸던 음반을 사는 설렘을 간직하고 싶어요. 그래서 앨범 작업을 했고 노래도 아날로그식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전자로 꾸며지는 음악은 공기 사이에서 움직이는 소리의 느낌이 나오지 않거든요.”
기술적으로 음을 높이거나 정제하는 깔끔함은 적지만 아날로그가 주는 묘한 매력은 음악의 감동을 배가시켰다. 원테이크 녹음 방식을 취한 수록곡인 ‘해피블루스’는 느른한 맛이 일품이다.
자, 이제. 덧대야만 멋진 것은 아니라며 연륜에서 묻어나는 아름다움을 강조한 이은미. 그녀가 부른 따뜻한 희망의 조언, '스페로 스페레'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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