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는 김경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및 생명과학부 교수(대표 교신저자), 정수영 박사(제1저자)와 고려대 의과대학 손기훈 교수(공동 교신저자) 연구팀이 하루를 주기로 나타나는 기분이나 정서 상태의 리듬을 조절하는 핵심적인 작용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향후 각종 기분장애와 중독질환 등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미래부의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및 뇌기능 활용 및 뇌질환 치료기술 개발사업단 21세기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돼 생명과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셀지 온라인판 8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
생체시계 유전자 변이가 정서장애 발병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주장이 인간 및 동물모델에서 제기됐지만 핵심적인 분자·신경생물학적 작용원리는 규명되지 못했다.
연구진은 뇌 도파민 신경회로가 정서조절 및 정서장애 발병의 핵심 조절 시스템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생체시계와 도파민 신경회로의 분자생물학적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작동원리를 밝혀냈다.
연구팀은 분자 생체시계에서 표적 유전자들에 대한 발현 억제 기능을 담당하는 REV-ERBα가 도파민 신경세포의 발생과 더불어 티로신수산화효소(TH)를 비롯한 주요 도파민 합성 유전자들의 상위조절자인 NURR1과의 경쟁적 상호작용을 통해 TH 유전자 발현과 도파민 신경활성을 일주기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이것이 일주기적 정서조절의 핵심 작용원리라는 것을 규명했다.
도파민은 정서, 운동, 인지, 보상, 동기부여 등 다양한 뇌기능을 관장하는 중요 신경전달 물질로 TH가 도파민 합성을 조절하는 속도결정 인자로 알려져 있다.
TH 유전자 발현은 전사 억제인자인 REV-ERBα 유전자의 발현과 위상이 반대로 나타나는데 이로부터 TH 유전자가 REV-ERBα의 하위 유전자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팀은 REV-ERBα와 도파민 신경세포의 상위 전사인자인 NURR1 두 전사인자 사이의 일주기적인 활성 균형이 깨어질 경우 중뇌 도파민 신경전달 이상과 의존적인 행동학적 이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우리 뇌에서 도파민의 신경활성이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수면-활동 주기에 따라 일주기적으로 조절받아야 하고 균형이 깨어질 때 도파민 의존성 뇌기능의 이상이 초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돌연변이 생쥐와 약리 모델을 이용한 일련의 신경행동·생리학적 연구를 통해 중뇌 REV-ERBα 단백질의 기능 이상이 도파민 신경회로의 활성 이상과 더불어 조울증 및 불안장애 행동을 직접적으로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REV-ERBα 유전자를 없앤 생쥐를 대상으로 조울증·우울증, 강박·불안증, 공격성 및 공포와 관련된 동물행동 검사를 수행한 결과 REV-ERBα 돌연변이 생쥐에서 우울.불안도가 정상 생쥐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낮고 과도한 활동성과 공격성을 보이는 등 인간의 조울증과 유사한 표현형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일반적으로 하루 중 활동기 동안 도파민의 합성이 높은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휴식기에 비해 우울.불안도는 감소하고 반대로 활동성이나 공격성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연구를 통해 규명된 도파민 신경회로의 일주기적 조절원리는 각종 정서장애 및 중독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고 파킨슨병이나 하지불안증후군 등으로 적용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