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이상 기자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건강 악화를 계기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수순'으로 평가 받는 그룹 건설계열 통폐합 시나리오가 다시 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삼성그룹은 제일모직과 삼성SDI의 합병 추진, 삼성SDS의 상장 준비 등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계열사를 나누고 합치는 등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향후 삼성그룹의 건설계열사인 삼성물산ㆍ삼성엔지니어링ㆍ삼성에버랜드ㆍ삼성중공업의 구조개편에 따라 삼성그룹의 3세 경영승계 구도가 가닥을 잡게 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 가장 먼저 제기된 시나리오는 '삼성종합건설' 출범이다. 삼성물산이 중심이 돼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한 뒤 삼성중공업과 삼성에버랜드의 건설 부문을 가져와 그룹 내에 하나의 통합 건설회사로 만든다는 것이다.
지난달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인수하면서 통합 삼성SDI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두회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돼 이 같은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삼성물산 지분 7.18%를 보유한 삼성SDI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3.10%를 가진 제일모직 인수를 계획대로 마무리할 경우 두 회사의 최대주주로 등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시나리오는 건설계열의 부문별 사업조정안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비주력 사업인 주택ㆍ발전ㆍ환경 부문을 삼성물산이 가져오고, 삼성물산의 화공 부문 등 순수 플랜트 관련은 엔지니어링이 흡수한다는 식이다.
이와 함께 중공업과 에버랜드의 건설사업 부문은 삼성물산이 맡아 사업조정을 이어간다는 시나리오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 상사 부문은 건설 부문과 분리해 엔지니어링의 조달부문으로 합쳐지는 방안도 제기됐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부문에 대해 합병보다는 지분구조에 따른 수직계열화 가능성이 크다는 시나리오도 나왔다.
삼성물산이 삼성SDI로부터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매입해 최종적으로 20% 이상 보유, 삼성엔지니어링을 지분법 자회사로 지배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별도 법인으로 사업과정의 내부 충돌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계열사 지원 가능성이 커지면서 어닝쇼크로 취약해진 삼성엔지니어링의 신용도를 강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실질적인 지배력이 인정되는 연결법인은 아니어서 매출증대 효과는 없고, 합병에 비해 발전과 LNG터미널 등에서 사업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간 일련의 합병절차가 결국엔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 계열을,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호텔과 건설ㆍ레저, 패션ㆍ광고를 맡는 사업분할을 염두해 둔 과정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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