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인사이드> 환갑되도 차·사람조심 등 자식걱정…공무원도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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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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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이규하 차장]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부모는 회갑을 넘겨도 할머니가 귀 따갑게 되풀이한 소리를 기억한다. ‘길조심·차조심’이다. 그 소리는 훌쩍 커버린 자식들에게 고스란히 안부처럼 대물림된다. 뻔한 잔소리같던 '조심'이라는 말을 나 역시 입에 달고 있다.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성수대교 붕괴·대구 지하철 화재 등 대형 참사 경험을 비롯한 세월호 침몰 사태를 비춰 보면 요즘은 자다가도 안전에 대한 의구심을 던지곤 한다. ‘자다가 집이 무너지면 어떡하지’ ‘불이나면 어느 경로로 탈출해야할까’ ‘불의의 사고가 나면 누가 구해줄까’ ‘과연 대한민국은 안전할까’ 등 대형 참사가 몰고 온 불안은 사회를 지배하는 심각한 염증이 됐다.

거듭돼 온 불안 사회는 세월호 참사로 슬픔과 분노의 감정을 만들고 그 감정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의 포커페이스에 전면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오랫동안 미성숙하고 나약한 정부의 재난관리대응능력은 어리석고 어처구니없는 민낯을 스스로 노출하면서 근본적인 국가개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료 중심의 국정 운영이 한계를 드러낸 만큼 정부개조의 출발점은 개각에서 시작된다는 일각의 요구도 틀린 말은 아니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국가개조는 믿고 살 만한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게 국민의 바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안전시스템을 바로잡겠다며 ‘국가 대개조’라는 표현을 썼다. 새로운 인사방식과 철학이 요구되는 시기에 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 개혁과 공직자윤리법 개정·부패방지법(김영란 법) 처리 등 국민에게 헌신하는 공직사회를 방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거창한 구호보단 실질적인 변화를 찾아야한다. ‘국가 대개조’에 있어 ‘정부 대개조’가 우선돼야하는 시기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국가 대개조로 풀겠다는 구체화의 첫 단추는 개각에 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를 다니며 10살 딸아이를 홀로 키우던 한 엄마의 복수극이 기억난다. 사회고발영화인 ‘공정사회’. 딸 연주가 괴한으로 성폭행을 당하지만 범인을 잡기위한 수사는 답답하기만 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마형사가 절차상의 문제만 따지며 진전이 없자 자신을 방치한 세상 대신 딸의 복수를 강행하던 메시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무엇보다도 공무원들 스스로가 변화해야한다. 공무원을 다그쳐 봤자 의식이 변하지 않는 이상 조용히 넘어가길 바라는 봉이 김선달로 비유될 것이다. 정부와 관료조직이 밀집한 세종정부청사는 경험은 뒷전, 관행적 업무에만 매달리는 고시천하다. 공직사회는 예나 지금이나 정해진 틀에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철밥통인 셈이다. 그 만큼 공직 대수술을 강행해도 공무원의 보신주의·무사안일 문화를 고치긴 어렵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길조심·차조심·사람조심은 정부조심으로 걱정거리가 더욱 늘어난 셈이다. 때문에 눈에 보이는 외상만 치료하는 식의 땜질 처방은 안 된다. 문제투성이인 빙산의 일각만 덮었다간 한국 사회의 밑바닥에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 없다. 외상은 치료되겠지만 흉터는 남고 깊은 내상에서 끔찍한 참극이 되풀이될 수 있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부모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늘 자식들에게 조심할 것을 강요한다. 세월호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안전의식을 배양하고 안전사고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부모의 훌륭한 가르침처럼 정부의 태도도 부모마음 같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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