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이전과 이후의 우리나라가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1980년대 고속 성장 속에서 수출증대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1등이 최고이고 돈이 전부인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했다.
부자들은 없는 사람들의 설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집을 수채씩 사들여 돈을 불렸다.
학교와 가정에서도 인성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과학, 방송과 IT 부문도 다르지 않았다.
방송에서는 남을 헐뜯어 웃음을 부르는 개그가 난무하고 IT 부문 역시 빠르고 잘 터지는 데만 집중했다.
과학 부문은 기초원천 기술이 부족한 가운데 돈이 되고 쉬운 실용 연구 위주로 성과를 냈다.
남을 배려하는 방송, 사회와 사용자의 안전을 고려한 기술 개발은 상대적으로 뒷전이었다.
사회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공무원들 역시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으로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되고 통신사의 네트워크가 고장나 다수 이용자가 피해를 봤는가 하면 원전 부품 시험서를 조작해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일도 일어났다.
우리 사회는 장치의 집중도와 밀집도가 높아지면서 리스크가 점차 커지는 고위험 사회로 가고 있다.
컴퓨터의 CPU 처럼 집중된 시스템이 고장나면 나라 전체가 마비될 수 있는 환경이 돼가고 있다.
사회 안전이 무너지면 대다수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마음가짐, 타인을 배려하는 정신이 우선시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ICT 기술에서는 세계 최고를 자부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망 등 기반 면에서는 최고 수준으로 글로벌 IT 회사들이 테스트베드로 삼고 싶어하는 곳이다.
과학기술면에서도 연구개발 투자 GDP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해 있다.
이번 세월호 사고 대응 과정에서 과학기술과 ICT의 기여는 눈에 띄지 못했다.
로봇 잠수함이 투입됐지만 활용 가치가 크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무력감을 더 키웠다.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있지만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면서 한탄의 목소리가 절로 나온다.
실제 인명을 구하고 안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과학과 ICT 부문의 연구개발 성과가 두드러지지 못할 만큼 재난안전 분야에서의 투자가 취약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돈이 되는 기술만을 추구했기 때문이지는 않았는지 반성이 필요하다.
돈이 되지 않아도 국가가 수행해야 할 안전과 인명 구호를 위한 재난 기술에 대한 개발은 정부 산하 연구기관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
미래부에 재난안전 연구개발 강화 방안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안행부 소관이라는 말만 되돌아 왔다.
재난안전은 소관이 따로 없이 누구나 할 것 없이 책임을 가지고 대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인지 숨이 턱 막혔다. 부처의 벽이 다시 가로 막는 느낌이었다.
국과위 시절에는 재난안전 관련 연구개발 기획 기능이 있었지만 안행부와 중복 기능이라는 지적에 따라 미래부가 되면서 빠졌다고 한다.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기재부가 재난안전 관련 연구개발 예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지만 정작 내년 안행부와 방재청의 재난안전 관련 연구개발 예산은 지난해 1000억원에서 올해 1100억원으로 지난해 상승률 5%의 2배 정도 늘어나는 것이 한계라는 것이 미래부 담당자의 얘기였다.
부처별 예산 증가분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란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생긴 벽 때문에 재난안전 강화 방침도 이미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기존의 틀을 깨는 좀 더 큰 차원의 대응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어른들의 무사안일로 고인이 된 어린 생명들의 넋을 달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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