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종필 후보가 20여 년전 기자생활 당시 아내와 두 아들]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하루 일과를 온라인 형태로 네티즌에 공개 중인 새정치민주엽합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 후보가 '8번째 선거일기'를 적었다.
유 후보는 정치인, 특히 후보자에게 있어 아내와 관계 그리고 아내의 역할을 경험에 비춰 풀어냈다.
아래는 일기 전문.
정치인에게 있어 배우자는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평시에도 늘 조심해야 하지만 선거 때는 모두 신경이 예민한 상태라서 더 조심해야 한다. 정치권에 온지 20년째이지만 이와 관련해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간혹 자잘한 문제는 생기곤 한다.
그러나 작은 불씨가 큰 불로 번지는 것은 산불만이 아니다. 오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작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이런 주제를 글로 써서 공개하는 것은 잘해야 본전이지만, 정치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 관심사이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쓰기로 했다.
아내는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데다 권력욕 같은 것은 정말로 없다. 그러나 남편이 어쩌다 들어선 길이기에 태클은 걸지 않는다. 참고로, 나는 국가 민족을 위해 정치에 뛰어들지 않았다. 천직이라 믿었던 기자를 우연히 그만 두고 이리저리 헤매다 어쩌다 들어선 길이 이 길이다.
아내는 정치를 좋아는 하지 않아도 그렇게 싫어하지도 않는다. 이것도 운명이라 믿고 남편을 따라서 길을 가는 정도라고나 할까(?). 나는 성격이 정치에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기자 그만 둔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기자처럼 매사에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한다. 이래서 정치하면서 손해 볼 때가 많다. 아내 역시 둥글둥글 어울리기보다 속으로 시시비비 가릴 때가 많다. 부부가 다 이 모양이니 쉽게 갈 일도 문제를 만들어서 어렵게 가곤 한다.
구청장의 배우자로서 구청 일에 관심을 가지지 말 것. 이것은 나와 아내 사이의 약속이다. 이 약속 때문에 구청 직원들이 과거보다 불편한 일이 더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선거를 앞에 두고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선거 사무실에는 오지 않는 것이 최상이고, 올 일이 있을 때는 출입문에서 내 방까지 직선으로 빨리 들어와 문을 닫고, 나갈 때는 역순으로." 아내는 동의했다.
나를 수행하는 자원봉사자가 '사모님'을 챙기는 데 장기가 있는 것 같다. 직업이 사모님들과 관계된 일이기 때문이리라. 내가 빵을 맛있게 먹으면 그 빵을 사서 '사모님용'으로 차에 실어주는 식이다. 나는 농담으로 말했다. "자네가 사모님을 그렇게 챙겼는데 내가 당선된 후 이혼해버리면 허탕이니 자네 성의를 봐서 어지간하면 이혼하지 않겠네."
"배우자는 득점은 1점씩 해도 실점은 10점씩 한다." 이것은 나의 지론이다. 배우자 관련해서는 본전만 해도 다행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부부의 실화인지 가공의 이야기인지 모르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 부부가 과거 힐러리의 남친을 함께 만났다.
클린턴이 선수를 쳤다. "당신 저 남자와 결혼했으면 영부인이 될 수 있었겠어(?)" 힐러리의 카운터펀치. "내가 저 남자와 결혼했으면 저 남자가 대통령 되었겠지." 철의 여인 대처 전 영국 총리는 퇴근하면 자상한 오빠처럼 보살펴주는 남편에게 의지했다.
부부 관계는 상황과 상호 성격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지 정답은 없다. 약국에서 함께 일하는 부부, 이발과 면도로 분업하는 부부, 노래와 춤으로 분업하는 부부, 구두를 함께 닦는 부부 등등 함께 일하는 부부도 각양각색이다.
아내는 내가 오랜 기간 당에서 무료 봉사 또는 백수로 지낼 때 한 푼씩 벌어 가계를 책임졌다. 여의도에서 밤늦도록 술을 마실 때 차를 몰고 와 실어가면서도 불만이 없었다. 아내는 붙임성이 좋은 것도 아니고,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봉사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알게 모르게 사람도 잘 사귀고 엮을 줄도 안다. 점점 나보다 나아진다. 앞으로 내가 그 덕에 지역정치를 잘할 것 같은 예감이 들 때도 있다. 오늘 아내와 관련한 작지만 작지 않을 수 있는 문제를 접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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