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경남 김태형 기자 = 경남지역 연극인 배출의 요람 국립 경상대학교(GNUㆍ총장 권순기) 연극 동아리 '경상극예술연구회'(회장 서준기 건축학과 3학년ㆍ이하 경상극회)가 창립 40주년을 맞이했다.
경상극회는 지난 1974년 3월 30일 김희창 작 '비석'을 방성진(전 MBC 아나운서)의 연출로 무대에 올린 이후 현재까지 정기공연 83작품과 워크숍 공연 30회 등 모두 113회의 공연을 해왔다. 명실상부하게 지역 연극인들을 배출해온 요람이다.
'경상극회 4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는 경상극회 창립 40주년을 맞이하여 기념공연, 사진전, 책자 발간, 기념식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경상극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준비한 기념공연이다.
경상극회는 창립 40주년 기념공연 '맹진사댁 경사'(연출 이훈호 경상극회 12기, 극단 장자번덕 대표)를 6월 6일 오후 4시 경상대학교 국제어학원 파이오니어 오디토리엄에서 공연한다. 공연은 무료다. 국제어학원 1층 로비에서는 40년간의 역사를 담은 사진전을 연다.
40주년 기념 선후배 합동공연인 오영진 작 '맹진사댁 경사'는 '극단 장자번덕'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훈호 씨가 연출을 맡았다. 이 극은 1942년에 발표된 이래 뮤지컬, 창극, 영화 등 다양한 형태로 수없이 공연ㆍ상영되어온, 전통적인 결혼 풍습을 소재로 한 풍속극인 동시에 희극성이 짙은 작품이다.
이훈호 연출가는 "21세기 초 무한 경쟁구도로 빚어지는 일련의 일들을 보면 우리는 누구인지, 과연 무엇을 위해 사는지 알 수 없는 혼돈의 세상이다. 해결책의 하나로 우리가 왔던 곳, 우리의 고유한 심성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질도 계급도 아닌 아름다운 마음의 가치를 존중했던 사람들이 있던 곳으로 우리는 길을 떠나본다”라며 연출의도를 설명했다.
특히 이 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맹진사를 맡은 정대영 씨를 비롯해 한씨 역의 김미경(12기, 교사), 맹노인 역의 김상원(10기, 축협), 맹효원 역의 남상륜(12기, 축산진흥연구소), 참봉 역의 하은호(12기, 법무사사무소), 유모 역의 김정애(17기, 직장인) 씨 등 60대 선배에서부터 대학 1학년인 막내 기수까지 다양하다. 나이로 치면 아버지와 딸, 할아버지와 손자뻘이지만 무대에서는 선후배로 하나가 된다. 원래 연극은 배역을 맡고 분장을 한 뒤 무대에 오르면 배우들의 나이가 무의미해지는 예술 아닌가.
기념공연이 끝나면 저녁 7시 사천시 삼천포해상관광호텔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4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극회 1기생들에게 감사패를 증정하고, 그동안 극회의 연출을 맡아온 방성진 전 MBC 아나운서와 지도교수 강신웅 경상대학교 명예교수에게 공로패를 증정한다. 이훈호 장자번덕 대표에게는 '제1회 자랑스러운 경상극회인상'을 수여한다.
기념사업회는 또한 경상극회 40년 역사를 정리하는 '그래! 우린 삐에로!'를 책으로 엮어냈다. 110쪽에 이르는 역사서에는 1회 공연에서부터 83회 공연까지 배우와 각종 사진들이 망라되어 있다. 경상대학교 한상덕(중어중문학과) 교수(극회 7기)와 서용수 경남 진산학생교육원 팀장(극회 7기)의 연극에 대한 논문과, 선후배들의 다양한 글이 실렸다. 두 번의 화재로 인해 많은 기록이 사라졌지만 회원이 가진 각종 자료를 토대로 40년사를 복구, 집대성한 것이다.
정대영 추진위원장은 "경상극회 출신 회원은 500여 명에 달한다. 무대 위에서 또는 스태프로 각자 자기 역할에 충실해온 세월을 아우르고 망라하고 뒤섞어 선후배가 하나 되는 시간을 마련했다. 지난 시절을 성찰하며 연극의 현대적 의미를 발견하고 미래의 연극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경상극회'라는 이름으로 회원들 간의 결속을 다지고 자긍심을 드높이는 것은 물론 경상극회의 위상을 제고하여 경상극회인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한편 경상극예술연구회는 1974년 '비석'을 무대에 올린 이후 매년 연극을 통해 회원들 간의 유대를 강화해 왔다. 경상극회 출신들은 경남지역 연극사에 차지하는 비중도 남다르다. 회원 중에는 현재 연극의 길을 가는 이가 많다. 이들은 교사, 회사원, 언론인, 작가, 연구원 등 다양한 방면에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다가 '연극'이라는 말만 들어도 몸을 벌떡 일으킬 정도의 끼를 가진 이들이다. 이번 40주년 기념공연은 이들 삐에로들이 40년 동안 발효시켜온 웃음을 들어보고 맡아볼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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