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關)의 의미는 문(門)을 뜻한다. 여기에서 문(門)의 의미는 “어떤 조직에 속하다”는 뜻이다. 또한 관심(關心·염려해 주다), 관회(關懷·애정 어린 관심), 관조(關照·돌보아 주다)의 뜻도 내포하고 있다. 시(系)는 “관계를 맺어 확장하다”는 의미와 부서 혹은 “관계를 유지하다” 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광의의 꽌시는 지속적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인간 사이의 모든 관계를 말한다. 꽌시는 부부간,친척간,친구간,직장동료간,사회생활 중에 만나는 사람 사이에도 존재한다. 꽌시는 우정과 달리 상호이익을 추구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 페이샤오통(費孝通)의 차서격국(差序格局)
중국이 낳은 세계적 인류사회학자인 페이샤오통(費孝通)선생(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 역임)은 중국인의 정서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꽌시를 차서격국(差序格局·차등적 질서구조)으로 풀어내 설명하고 있다.
공자는 근본이 확립되어야 도가 생긴다고 주장하였다(本立道生). 그중심에는 개인인 자기가 있는 것이다. 출발점은 동심원의 중간지점이 '나'인 것이다. 자기로부터 출발하여 가정이 되고, 가정이 모여서 나라가 되고, 나라가 모여서 천하가 되는 이치와 같다. 대학(大學)에서 “자고로 천하에 덕을 베풀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나라를 다스리고, 나라를 다스리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가족을 다스리고, 가족을 다스리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라”라고 가르치는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꽌시는 차등순서의 틀로 규정할 수 있으며 사회적인 관계는 개인으로부터 출발해 주변으로 확대되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관계는 증가하며, 사회의 꽌시의 범위는 개인과 결합해 조성된 조직망으로 정의할 수 있다.
◆ 꽌시와 기업경영
중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과정 중 꽌시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경영실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인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 등 중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비즈니스 관계자들은 꽌시를 피해 가기 어렵다. 인간관계는 모든 인간세상에 존재한다. 꽌시가 중국에서 더욱 중요한 이유는 일상 생활 곳곳에 존재하여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꽌시란 사람 사이의 관계를 활용하여 이익을 얻기 위해 인맥을 동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제 꽌시로만 기업경영을 하던 시기는 지났다. 이런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너무 속도가 느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이런 말들은 2000년을 넘어서면서 사라진 개념이다. 꽌시로만 기업경영을 하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그런데 꽌시가 기업경영을 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까? 그리고 꽌시를 무시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왜 그럴까?
해답은 간단하다. 중국사업에서 꽌시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룰로 작동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같이 경쟁이 치열한 기업환경하에서는 마지막 순간 2%가 성공과 실패를 결정한다. 2%가 부족하면 바로 고스톱에서 2등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개의 조건이 똑 같은데 마지막 순간에 승리를 맛보는 사람이나 기업은 평소에 견고한 꽌시를 닦아놓은 측이 되는 것이다.
특히, 새로운 사업을 시작 할 때 혹은 경쟁이 치열할 때 확고한 꽌시를 가진 사람은 바로 승자의 편에 설 가능성이 많다. 요즘 중국의 개별 기업이나 국영기업 및 기관에는 우리돈으로 5천 만원 정도 이상의 프로젝트나 구매 등에는 일률적으로 공개입찰을 통하여 납품업체를 정한다.
일견 투명하게 진행되는 것 같지만 짜고 치는 무엇과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낙찰 방식이 존재한다. 물밑으로 강력한 꽌시의 입김이 작동하는 것이다. 꽌시가 없으면 좀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결정적 순간에 강력한 파워를 발휘하기도 하는 수단이다. 꽌시를 무시한 기업경영은 상당히 위험하다.
◆ 기업오너의 꽌시망
기업체의 꽌시 중에서 오너의 꽌시망이 가장 중요하다. 대개의 경우는 기업의 임원들도 나름대로 꽌시를 갖고 있겠지만 오너의 그것에 비하여 미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마당발을 가진 능력 있는 인재가 있을 수는 있다. 오너는 개인적으로 다양한 꽌시를 맺고 유지 할 수 있는 정점에 있기 때문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서 꽌시를 관리 할 수가 있어 누구보다도 강력한 꽌시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기업경영에서 오너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중대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너의 의사 결정은 자기가 가진 인맥과 개인의 경험 등이 바탕이 되어 내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오너 등 최고위급 임원들은 외부나 내부의 공식적인 보고서보다도 개인적으로 얻은 비밀스러운 정보를 더욱 신뢰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맥은 외부에 있는 자원이지만 기업내부의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미친다.
전환기 경제의 특징은 선진국처럼 모든 제도가 잘 짜여지지 않다는 것이다. 제도와 법률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 국가나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에서는 제도적 결함을 상쇄 시켜줄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이 공간을 메워 줄 수 있는 것이 꽌시 이다. 자기가 신뢰하는 인맥을 통하여 불완전한 상태를 보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중에 무슨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상대방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안심하고 인허가 혹은 특혜나 자원의 배분이 가능하다. 기업오너의 꽌시망은 제도적인 결함을 보충하면서 개인적으로 자기기업의 발전을 꾀 할 수 있어 기업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 중국의 평범한 보통사람들의 꽌시
중국에서 "꽌시가 없으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 没有关系办不成事)"는 생각이 팽배해있다. 아이들의 학교 입학, 병원입원, 취업, 소송, 승진 등등 대소사에 직면하게 되면 먼저 꽌시를 찾는다. 꽌시를 찾는다는 것은 그것을 활용하기 위한 것임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꽌시를 찾아 활용하려면 맨손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고 접대와 선물은 기본적인 것이 된다. 그것을 사용 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은 꽌시를 찾아 백방으로 노력한다. 단번에 성공하지 않더라도 선물을 받은 사람은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저축해 두어 갚을 기회를 찾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의 꽌시
이 부류의 사람들의 꽌시에 대한 관념은 보통사람들의 것과 상당히 다르다. 보통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을 때 꽌시를 찾지만 이 부류는 별일이 없을 때라도 전화도 자주하고 춘절이나 국경절 등 특별한 명절 때 선물을 보내거나 접대를 하여 유대를 돈독히 해둔다. 꽌시를 사회적 자본이라고 생각하고 유지 관리한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꽌시를 통하여 자기가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기도 한다.
◆ 좋은 꽌시를 맺을 수 있는 전제조건
TV에 나오는 예쁜 여자 연예인이라면 남자들은 대개 한번쯤 저런 여자하고 사귀어 봤으면 하는 공상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은 몽상일 뿐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왜 그럴까? 그것은 자기가 유명연예인과 사귈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유명한 사람이거나, 훌륭한 학벌을 가지고 있거나, 연예계에 믿을만한 친구가 있어 소개를 받을 수 있거나, 재벌이거나 그 근방에 가 있어야 한다.
중국인과 좋은 꽌시를 맺는 일도 이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중국인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할만한 그 무엇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기의 주제가 조그만 한데 큰 사람과 사귄다는 것은 상대가 동의하지도 않을뿐더러, 한두번 만난다고 하여도 지속되기가 어렵다.
사람이란 참으로 영악한 동물이라서 앉아서 차 한잔만 마셔보면 금방 상대방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을 평가하는데 나름대로 일가견을 가진 중국인이고 보면 금방 상대방의 몸무게를 짐작하고 계속 사귈 가치가 있는지를 속으로 계산한다. 어쩌면 외국인이기 때문에 일반 중국인에 비하여 쉽게 사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장점도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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