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뼈와 살이 타는 밤' 을 전시장에서?..학고재갤러리 양아치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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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2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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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일부터 현시대의 우울 담은 사진 영상 설치작품 44점 전시

작가 양아치가 학고재갤러리 전시장에서 펼친 자신의 작품앞에 앉아 포즈를 취했다.                                 [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뼈와 살이 타는 밤'. 이 문장을 보고 야릇한 생각이 든다면 386세대다.

 1980년대를 강타했던 에로 영화 제목이다.  이 영화 제목이 30여년의 시간을 거슬러 2014년 6월 20일 전시장에 등장했다.

 미디어 작가 양아치(45·본명 조성진)가 이 제목을 되살려냈다. '뼈와 살이 타는 밤'을 주제로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양아치. 당연히 본명은 아니다. '동네에서 좀 노는' 껄렁한  청년을 지칭하는 양아치라는 이름과 달리 20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양아치스럽지가' 않았다. 시종일관 낮은 목소리로 질문에 따박따박 또박또박 자신의 소리를 주입했다.
 

양아치 작가가 작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양아치'와 '뼈와 살이 타는 밤'은 보기와 달리 가벼움보다는 무거움이 깔렸다. 

작가의 이름과 작업은 '시대가 낳은 산물'이 반영됐다. 양아치라는 이름은 국민PC가 보급되던 시절에 쓴 그의 아이디다. '김씨', '철수'라는 아이디도 있었지만 14년전부터 '양아치'로 그대로 살고 있다.  

작품 설명을 하던 작가는 "세월호 침몰등 우리나라 현실을 보고 모른채 하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작가로서 뭘할수 없는게 참담했다" 는 것. 

'뼈와 살이 타는 밤'전에 이런 스트레스로 출발했다.  

작품은 어둡고, 또는 기괴하고 어쩌면 또 잘 파악되지 않는다. 얼굴도 없는 긴 머리카락을 한 남자가 숲속에 서있거나, (모형)복숭아에는 기다란 털이 자라나 있고 '황금색'으로 뒤덮인 '황금산'이 버티고 있다. 참 뜬금없다.

도대체 '뼈와 살이 타는 밤'과 무슨 관계가 있는걸까.

"전시 제목은 1980년대 신군부가 추진한 이른바 '3S 정책'의 일환으로 제작된 영화제목이죠. 80년대 당시 3S정책으로 변화한 사회와 약 30년이 지난 지금의 병든 사회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변한게 있나요?"

 5년만에 여는 이번 개인전은 '40대 작가'로서 사회참여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이잖아요."

우울증에 걸렸던 작가는 산에 다니면서 점차 나아졌다. "약 6개월동안 집 주변에 있는 인왕산을 새벽에, 밤에 오르내렸다." 그는 이곳에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고 했다.

"새벽(5시)산행은 생각보다 무서워요. 그런데 그 새벽에 40~50대 남자들이 많더라고요. 한결같이 "답답해서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사진에 나오는 긴머리카락들과 가면은 불확실한 존재를 상징한다. 또 작품속 망초는 죽어있는 땅을 의미하고 망초가 무성한 가운데 자라난 복숭아는 신성한 과일이자 생명력을 대변한다.

​ "산에 돌아다녀보니 망초가 많더라고요. 알아보니 일제시대때 나온 말인데 나라가 망할때 망초가 피어났다고 하더라고요. 웬일인지 요즘 산에 망초가 많던데 그 주변에는 우물도 있더라고요."
 

어둠속에 망초가 무성하게 드러나있는 풍경을 담았다. 양아치, Yangachi, 뼈와 살이 타는 밤, A night of Burning Bone and Skin, 2014, C-print, 90x60cm

 
 
빛과 어둠, 현실과 허구. 상반되는 두 주제로 우리나라 사회 시스템의 불합리와 부조리를 비판한다.

이번 작업은 현실에 살아있엉어 할 것이 죽고, 죽어야 할 것이 살아있다는 '구운몽의 세계'가 바탕이 됐다. " 3S가 지배하던 30년전의 세계, 그리고 지금의 세계는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제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처럼 어둠에서 탈출하기위해 작은 동굴에서 벗어나 보지만 곧바로 더 큰 동굴에 갇히고 말죠. 이 세상은 끝이 없는 동굴이에요." 

 한번에 확 와닿지 않지만 않지만 전시는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다. 이상향과 현실을 나타내는 '황금산'과 '복숭아', 암울한 현실 사회를 표현한 '칠흑같은 어둠'을 담은 사진과 설치 영상작품 44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7월27일까지.(02)720-1524
 

[사진=박현주기자]


 ◆작가 양아치=1997 수원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2006 연세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아트과. ▶개인전(5회): 2009 미들코리아 : 양아치 에피소드 III, 아트센터 나비, 2008 미들코리아 : 양아치 에피소드 II, KT&G 상상마당 갤러리, 미들코리아 : 양아치 에피소드 I, 인사미술공간, 2003 전자정부, www.eGovernment.co.kr, 인사미술공간, 2002 양아치 조합,www.yangachiguild.com, 일주아트하우스. ▶작품소장: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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