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를 강타했던 에로 영화 제목이다. 이 영화 제목이 30여년의 시간을 거슬러 2014년 6월 20일 전시장에 등장했다.
미디어 작가 양아치(45·본명 조성진)가 이 제목을 되살려냈다. '뼈와 살이 타는 밤'을 주제로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작가의 이름과 작업은 '시대가 낳은 산물'이 반영됐다. 양아치라는 이름은 국민PC가 보급되던 시절에 쓴 그의 아이디다. '김씨', '철수'라는 아이디도 있었지만 14년전부터 '양아치'로 그대로 살고 있다.
작품 설명을 하던 작가는 "세월호 침몰등 우리나라 현실을 보고 모른채 하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작가로서 뭘할수 없는게 참담했다" 는 것.
'뼈와 살이 타는 밤'전에 이런 스트레스로 출발했다.
작품은 어둡고, 또는 기괴하고 어쩌면 또 잘 파악되지 않는다. 얼굴도 없는 긴 머리카락을 한 남자가 숲속에 서있거나, (모형)복숭아에는 기다란 털이 자라나 있고 '황금색'으로 뒤덮인 '황금산'이 버티고 있다. 참 뜬금없다.
도대체 '뼈와 살이 타는 밤'과 무슨 관계가 있는걸까.
"전시 제목은 1980년대 신군부가 추진한 이른바 '3S 정책'의 일환으로 제작된 영화제목이죠. 80년대 당시 3S정책으로 변화한 사회와 약 30년이 지난 지금의 병든 사회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변한게 있나요?"
5년만에 여는 이번 개인전은 '40대 작가'로서 사회참여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이잖아요."
우울증에 걸렸던 작가는 산에 다니면서 점차 나아졌다. "약 6개월동안 집 주변에 있는 인왕산을 새벽에, 밤에 오르내렸다." 그는 이곳에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고 했다.
"새벽(5시)산행은 생각보다 무서워요. 그런데 그 새벽에 40~50대 남자들이 많더라고요. 한결같이 "답답해서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사진에 나오는 긴머리카락들과 가면은 불확실한 존재를 상징한다. 또 작품속 망초는 죽어있는 땅을 의미하고 망초가 무성한 가운데 자라난 복숭아는 신성한 과일이자 생명력을 대변한다.
"산에 돌아다녀보니 망초가 많더라고요. 알아보니 일제시대때 나온 말인데 나라가 망할때 망초가 피어났다고 하더라고요. 웬일인지 요즘 산에 망초가 많던데 그 주변에는 우물도 있더라고요."
이번 작업은 현실에 살아있엉어 할 것이 죽고, 죽어야 할 것이 살아있다는 '구운몽의 세계'가 바탕이 됐다. " 3S가 지배하던 30년전의 세계, 그리고 지금의 세계는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제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처럼 어둠에서 탈출하기위해 작은 동굴에서 벗어나 보지만 곧바로 더 큰 동굴에 갇히고 말죠. 이 세상은 끝이 없는 동굴이에요."
한번에 확 와닿지 않지만 않지만 전시는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다. 이상향과 현실을 나타내는 '황금산'과 '복숭아', 암울한 현실 사회를 표현한 '칠흑같은 어둠'을 담은 사진과 설치 영상작품 44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7월27일까지.(02)720-1524
◆작가 양아치=1997 수원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2006 연세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아트과. ▶개인전(5회): 2009 미들코리아 : 양아치 에피소드 III, 아트센터 나비, 2008 미들코리아 : 양아치 에피소드 II, KT&G 상상마당 갤러리, 미들코리아 : 양아치 에피소드 I, 인사미술공간, 2003 전자정부, www.eGovernment.co.kr, 인사미술공간, 2002 양아치 조합,www.yangachiguild.com, 일주아트하우스. ▶작품소장: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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