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경쟁당국 수장이 담합 건설사들의 입찰참가자격 제한과 관련한 제도개선을 언급하자 입찰담합 조장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담합 건설사들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아닌 법 위반이 중대한 건설사들에 대해서만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조달청에 요청, 이를 수용토록 하는 실효적 방안이 요구될 전망이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20일 서울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대형 건설사 대표들과 만나 담합업체에 대해 입찰참가자격을 의무적으로 제한한 국가계약법 소관부처(기획재정부·조달청 등)에 제도개선 요청을 약속했다.
이는 대형공사 담합 사건을 연이어 처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감안, 무조건적인 입찰참가자격의 의무적 제한은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현행 국가계약법은 담합이 적발된 업체에 대해 입찰참가자격을 의무적으로 제한하도록 규정돼 있다. 현재 공정위 고시에는 담합을 주도하는 등 법 위반이 큰 건설사를 입찰참가자격에 제한하도록 조달청에 요청하는 제도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조달청은 법 위반 중대성을 따지기 보단 국가계약법에 의거 담합 건설사들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을 모두 제한하면서 공정위 고시가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예컨대 해당 고시는 공정거래법상 법 위반이 큰 기업에 대해 과징금을 크게 물리고 해당 업체만 검찰 고발하는 방식과 매한가지다. 문제는 기재부가 소관인 국가계약법이 담합기업 모두를 제한토록 하고 있어 담합 주도 업체를 따라간 건설사들도 숨통을 쉴 수 없는 형국이다.
건설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해외수주에 대한 애로사항도 이런 맥락이 담겨있다. 국내에서 담합으로 처벌돼 국가계약법상 입찰이 제한되면 해외발주처는 신용을 문제 삼아 해외진출이 어려워진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경쟁당국 수장과 건설업계 대표 및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들이 이러한 방안을 밑바탕에 두고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담합 행위에 대해 철퇴를 내리는 공정위 규범은 그대로 유지된다. 간담회 이후 노대래 위원장도 공정정책상 담합기업에 대한 현행 처벌을 완화하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건설기업들의 어려운 상황을 알고 있지만 공정위의 제재 완화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정위가 담합기업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공정위 고시에 담합을 주도하는 등 법 위반행위가 큰 건설사를 제재한 후 조달청에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것을 요청하는 제도가 있다. 그러나 기재부가 소관인 국가계약법에 따라 조달청은 공정위 요청과 무관하게 제재 받은 모든 건설사들을 제한하고 있어 실효성있는 방안을 소관부처에 고민해보란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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