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형식 재력가에 건물 인허가 청탁용 뒷돈 정황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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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0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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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김형식(44·구속) 서울시의회 의원이 연루된 재력가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김 의원이 피해자로부터 청탁과 함께 억대의 돈을 건네받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30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김 의원이 수천억 원대 재력가 송모(67) 씨로부터 청탁과 함께 뒷돈을 받았다가 이를 성사시키지 못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압박을 받자 친구 팽모(44·구속) 씨를 시켜 송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송씨가 지방선거 재선을 노리는 김 의원에게 “선거를 치르려면 약속한 것을 빨리 성사시켜라. 그러지 않으면 선거에 못 나가게 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김 의원이 2010년부터 서울시의원으로 일하면서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위원을 겸해 건축·토지 관련 인허가에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강서구 일대에 웨딩홀과 호텔, 주차 빌딩 등을 소유한 송씨로서는 김 의원에게 로비를 벌일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다.

경찰은 송씨가 갖고 있는 건물 대부분이 제2종 근린생활시설이라 상업지구로 용도 변경할 경우 땅값이 3~4배 오를 수 있다는 점을 포착, 송씨가 김 의원에게 청탁했을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김 의원이 서울시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소속이었던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차용증이 발견된 5억2000만 원의 돈은 '한 건'에 대한 대가로 보고 있다. 또 이 돈이 2012년 12월 말까지 송씨에게 다 지급된 것으로 볼 때 청탁한 일이 이 기간 내에 성사됐어야 했는데 실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5억2000만 원 외에도 김 의원이 송씨로부터 여러 번 돈을 조금씩 건네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 사람들 말로는 김 의원이 원래 끼니를 못 때울 정도로 사정이 어려웠다가 2010년 시의원이 되고서 갑자기 여유로워졌고 2012년에는 집도 샀다고 한다"며 "이런 정황으로 볼 때 김 의원이 이맘때쯤 청탁에 따른 돈을 받은 게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김 의원과 송씨의 계좌에서 거래내역을 확인하지 못해 송씨가 웨딩홀 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금고에 보관했다가 김 의원에게 현금 뭉치로 건넸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김 의원이 대포폰을 이용해 송씨와 범행 전부터 여러 차례 통화한 내역을 확인했으나 사용한 대포폰이나 둘 사이에 오간 문자 내용 등은 확보하지 못했다.

김 의원은 또 송씨가 지금까지 수천만 원 상당의 술값을 내주는 등 일종의 '스폰서' 역할을 했을 정도로 둘 사이가 좋았다고 주장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 의원은 이날 추가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줄곧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의원이 유치장에 수감돼 있으면서 팽씨에게 건넨 것으로 추정되는 쪽지를 확보했다.

팽씨는 지난 28일 유치장 안에서 김 의원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쪽지를 경찰에 제출했으며, 해당 쪽지에는 "미안하다 친구야.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우리 둘 다 아무 말도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묵비권을 행사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 쪽지를 실제로 김 의원이 작성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필적감정 등 정밀분석을 의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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