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엔저를 배경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던 일본 경제가 22년 만에 가장 심각한 수준에 이른 인력 수급 문제로 인해 제동에 걸릴 위기에 놓였다.
저출산 문제로 인한 효과가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인데, 이로 인해 일본 기업들 내에서는 인력 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원장 오상봉)이 28일 발간한 ‘일본 저출산 재앙이 인력부족으로 현실화, 기업의 대응책은?’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5월 실업률은 3.5%로 자연실업률 수준이며, 구직자 수 대비 구인자수 비율을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 구인자 수/구직자 수)은 1.09배로 7개월째 1.0배를 상회하고 있다. 즉, 배율이 1.0배를 넘어서면 구직자 수가 구인자 수를 넘어 인력 수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나타내는데, 5월 배율 1.09는 지난 1992년 6월의 1.10배 이후 최고치다.
인력 부족의 근본적 원인은 1990년대부터 심화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에서 기인한다. 생산가능인구(14~65세)는 1995년 8726만명(총인구의 69.5%)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2013년 7900만명(62.0%)으로 처음으로 8000만명선이 무너졌다. 다만, 20년간 장기불황 탓에 드러나지 않다가, 최근 경기 회복으로 기업들의 인력 수요가 늘면서 인력 부족 문제는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오사카 소재 기업들 중 이미 인력 부족으로 사업에 차질이 발생했거나 향후 피해가 예상된다는 기업이 90%를 넘었다.
인력 부족 문제가 향후 인력쟁탈전으로 심화될 것을 예상한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비정규직을 채용해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유니클로, 세이유 등 일부 도소매 기업들은 접객 경험이 풍부한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QB하우스(이미용), 오바야시구미(건설), 카오오(화학플랜트) 등은 입사 5년 미만의 젊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훈련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들은 인력 부족에 단기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장기근속 토대를 마련하고, 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함으로써 숙련 인력을 양성한다는 전략이다.
박기임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한국 역시 저출산 고령화 심화로 머지않아 인력 부족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향후 10년 이내 산업 현장에서의 숙련단절을 막기 위한 중소기업 기능전수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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