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2일 '비교성향의 명암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타인과 비교하는 성향이 강할수록 경제적 성과가 높고 과소비·과시적 소비 경향을 보였으나 건강과 행복감 및 삶의 만족도는 낮았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이 지난해 10~11월 전국 성인(20~69세) 남녀 3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주변 사람과 생활수준을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답변은 25.0%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중요하다'는 응답률은 35.6%였으며, 39.4%는 '그저 그렇다'고 답했다.
비교 성향이 강할수록 경제적으로는 부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5점 척도 기준으로 비교 성향이 1점 높아질수록 취업자의 월평균 소득은 28.9%, 부동산은 22.0%, 금융자산은 20.7%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보고서는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이 삶에서 일을 중시하고 경쟁적인 환경에서 전력투구하며 한층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빚을 지면서도 높은 수준의 소비 생활을 하려는 과소비 성향도 강했다.
5점 척도 기준으로 비교성향이 1점 높아질수록 주당 쇼핑시간은 9.2%, 가구의 월평균 총소비지출은 5.1% 각각 증가했다. 승용차나 고가 전자제품 등 지위재(positional good) 성격이 강한 내구재에 대한 소비지출은 41.7%나 늘었다.
다만, 이들은 물질적 행복의 대가로 육체와 정신 건강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았다.
0점(매우 불행)~10점(매우 행복)으로 평가된 현재의 전반적인 행복감은 5점 척도 비교성향이 1점 상승할 때 0.237점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간 가구소득이 100만원 증가할 때 전반적 행복감이 0.012점 상승하는 점을 감안하면 5점 척도 비교성향이 1점이 오르면 100만원의 20배인 2000만원가량 소득이 주는 수준으로 행복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지난 1년간 입원 경험이 많고 음주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비율은 낮았다.
보고서는 이들이 불안감과 스트레스, 우울증, 불면증, 고독감이 많고 사소한 걱정, 실패감, 식욕부진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심리건강지수도 현저하게 나쁜 것으로 드러났다고 소개했다. 또 이들은 타인이나 사회에 대한 기여보다 개인의 영달과 안락을 중시했다.
사회공헌, 신앙, 내적 충족보다는 부, 명예, 좋은 집을 강조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이 일이라는 응답이 많았고 직업을 선택할 때는 성취감이나 동료, 적성 및 흥미보다 높은 보수와 위세를 중시하는 경향도 보였다.
결혼생활의 성공 요인으로는 좋은 주거환경과 함께 시댁이나 처가와 떨어져 사는 것을 꼽았고, 자녀에게는 공부와 순종적인 태도를 희망했다.
비교성향이 강할수록 '가족관계가 소원해지더라도 자녀가 좋은 직장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면 조기 유학을 보내는 것이 낫다', '자녀가 좋은 인성을 갖는 것보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낫다', '대기업 최고경영자가 큰 사업의 성공을 위해 범한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 수 있다'는 데 대한 응답률이 높았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부모를 지원하는 데 인색하고 자녀에게 상속하는 데에는 후했다.
김 연구위원은 "비교가 자기발전의 촉매가 되려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행복해지려면 비교의 역기능을 제어하고 삶의 질을 돌보는 균형 잡힌 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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