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에서 이장(정재영)의 오른팔로 수족이 돼 마을을 관리하던 섬뜩한 전석만을 연기하더니 ‘완득이’에서는 속정 깊은 욕쟁이 옆집 아저씨 역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소원’에서는 설경구의 친구로 출연, 겪지 말아야할 끔찍한 일을 당한 소원(이레)이의 조력자로 등장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13일 개봉한 ‘해무’(감독 심성보·제작 해무)에서는 전진호의 선장 철주(김윤석)의 지시를 의심하지 않고 수행하는 갑판장 호영으로 분했다.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김상호는 ‘해무’ 이야기에 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현장에서 서로 당겨주고 끌어주는 모습들이 있었다. 그만큼 앙상블이 좋았다. 언제 어디서든 ‘해무’ 얘기를 하면서 상의를 했다. 오늘 찍은 내용을 얘기하고, 내일 찍을 분량을 상의했다. 콘티를 확인하고 숙소에서 잠을 청하는 게 익숙해졌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래도 실제 해상에서 촬영한 분량이 70%가 넘었던 만큼 고생도 많았을 것 같았다.
“고생은 많았지만 재미가 있었다”는 김상호는 “고생보다 재미가 더 크면 그만큼 보람도 느끼고, 고생을 고생으로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매일 배 위에서 바람을 피할 수도 없는 추운 상황에서 고생했지만 그걸 덥는 재미가 있었다. 하나씩 퍼즐을 맞춰나가면서 완성품의 윤곽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즐기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배우들의 메소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 ‘해무’다.
김상호가 연기한 갑판장 호영은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의 장원태 역과 유사성이 있다. 장원태는 상관의 명령에 총을 맞은 시체들에 확인사살을 감행하는 인물이다. 호영 역시 선장 철주의 말에 절대복종한다. 두 인물의 차이를 김상호는 명확히 했다.
“그 때와는 신분의 차이가 있다. 배 안에서의 명령 체계는 군대와 비슷하다. 배는 앞을 보는 게 아니라 자연과 싸워야하는 것”이라며 “선장의 명령과 그것을 즉각적으로 수행을 해야만 되는 게 선원이다. 장원태가 안기부에서 일했던 일종의 공무원이라면 호영은 명령은 따르되 언제든 떠나도 되는 자유로운 신분이다. 호영의 목표는 아주 명확하다. ‘집에 가고 싶다’가 호영의 바람이었다. 전진호의 구성원 중 온전한 가족을 갖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부연했다. 김상호의 비유와 설명은 마치 실제 뱃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는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영화적인 얘기가 아니라 정말 현장에서 일하는 현지인을 만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철저한 캐릭터 분석을 통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가장 기본을 지키는 배우라고 느꼈다.
끝으로 김상호에게 ‘군도: 민란의 시대’ ‘명량’ ‘해적: 바다로 간 산적’과는 차별화된 ‘해무’의 장점을 물었다.
“다른 작품들이 워낙 좋아서 비교하기는 좀 그렇다”는 김상호는 “‘해무’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을 수 있겠으나 끝은 대단하게 끝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며 “배우들과 제작진이 잘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는 영화들의 끝은 대부분 좋은 것 같더라. ‘해무’도 입소문이라는 가장 좋은 마케팅으로 다른 작품들에 편승해 좋은 결과를 낳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