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 발표로 촉발된 홍콩 시민의 도심 점거 시위가 열흘째로 접어든 가운데 시위대와 홍콩 당국이 이번 주 내 공식 대화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대학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학련)의 레스터 셤(岑敖暉) 부비서장과 정부 측 라우콩와(劉江華) 정치개혁·본토사무국 부국장은 6일 저녁 공식 대화를 위한 예비 접촉을 갖고 12일 이전에 대화하기로 합의했다고 홍콩 명보(明報) 등이 7일 보도했다.
양측은 몇 시간에 걸친 예비 접촉 회담을 통해 ▲ 앞으로 여러 차례 대화하되 ▲ 대화는 직접적이고 상호존중의 기초에서 이뤄져야 하며 ▲ 정부가 대화의 성과를 확인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세 가지 원칙에도 합의했다.
양측은 7일에도 다시 만나 의제와 장소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양측은 오는 12일 이전까지 공식 대화를 하기로 했으며, 대화는 공개적인 방식으로 전개하고, 시민들에게 대화 내용도 공개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 대화 의제에 대해서 양측은 합의를 하지 못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그러나 이번 대화가 전인대가 앞서 통과시킨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기본 입장을 고수한다는 반면 시위대는 선거안 수정을 요구하고 있어 양측의 대화가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도 관측됐다.
그간 간접선거로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했던 홍콩 은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2017년부터 직선제로 뽑기로 했다. 그러나 앞서 8월 31일 중국 전인대에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직선제로 하되 후보는 친중국 인사로 구성된 1200명의 선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고 결정, 사실상 행정장관 후보를 친중국계 인사로 제한함으로써 '반쪽'짜리 직선제로 전락했다. 이는 이번 도심점거 시위 발발의 도화선이 됐다. 시위대 측은 정부에 홍콩 행정장관 선거 후보자 제한 철회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홍콩 정부와 시위대가 만족할만한 수준의 수정안을 내놓는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쩡위청(曾鈺成) 홍콩입법회 회장은 6일 홍콩 펑황 위성TV를 통해 “지난 수주간 전인대가 통과한 2017년 홍콩 행정선거안 틀 안에서 홍콩 시민들이 비교적 만족할 만한 선거안을 만들 수 있다고 각계 인사를 설득 중”이라며 현재 정부와 시위대간 긴장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각종 제안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만약 이번 정부와 시위대간 협상이 결렬되면 소강상태에 접어든 홍콩 시민의 반중시위가 다시 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시위대의 규모는 정부 청사 봉쇄가 풀린 6일을 기점으로 대폭 줄어든 양상이다. 하지만 여전히 애드미럴티, 몽콕, 코즈웨이베이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시위대가 남아있다.
홍콩의 행정수반인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은 6일 저녁 또 한 차례 TV 연설을 통해 시위대에 최대한 빨리 해산할 것을 재차 촉구했으나 이에 대해 시위대는 “대화에 성과가 있기 전에 시위대를 강제 정리하면 합의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여전히 정부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다.
한편 학생운동단체 '학민사조'를 이끄는 조슈아 웡(黃之鋒)은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이 직접 시민과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사회각계 인사들이 학생들에게 시위 철수할 것을 요구하는 것보다 전인대측에 (선거안)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며 시위를 지속할 것이란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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