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큰손으로 불리는 기관 투자자도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 비중이 7~15%다. 개인도 같은 범위에서 부동산펀드(리츠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앞으로 3년 동안 해마다 10%대 수익이 예상된다."
리츠펀드는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한동안 곤두박질을 쳤다. 그러나 최근에는 연평균 20%씩 성장하며 부활을 알리고 있다. 국내에 설정돼 있는 주요 리츠펀드도 최근 5년 동안 글로벌 부동산에 투자하며 70%가 넘는 누적 수익을 올렸다. 올해 수익만 14%대에 이르고 있다.
세계적인 리츠펀드 운용사인 라살인베스트먼트 아태본부를 이끌고 있는 토트 캔터 대표는 최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2017년까지는 글로벌 리츠펀드가 평균 6.4%대 이익성장률, 3.5%대 배당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했다.
리츠펀드는 최근 5년 사이 바닥을 치고 회복하면서 무난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제 회복이 상당 부분 이뤄졌다. 신중한 접근도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리츠펀드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지만, 환매도 나타나고 있다.
◆"아태 리츠펀드 유럽 추월할 것"
부동산투자신탁 개념인 리츠펀드는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부동산을 사들인다. 임대료와 매각차익은 다시 배당으로 지급된다. 리츠펀드는 1960년대 미국에서 법적으로 제도화됐다. 국내에는 2002년 말 본격적으로 상륙했다. 리츠펀드 투자에서 가장 매력적인 점은 적은 돈으로도 덩치 큰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리츠펀드 수는 11월 말 기준 상장ㆍ비상장을 모두 합쳐 총 96개다. 설정액은 14조1000억원에 이른다. 첫 도입 당시(5584억원)에 비해 25배 넘게 커졌다. 다만 상장 리츠펀드는 올해 들어 2개가 퇴출돼 6개로 줄었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가 전 세계 리츠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아직 25%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국이 리츠 관련 입법에 나서고 있어 시장이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캔터 대표는 "아태 지역 부동산시장은 앞으로 2년 안에 유럽을 넘어설 것"이라며 "2020년에는 전 세계 시장에서 40%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ㆍ호주 눈여겨 봐야"
미국 리츠시장 규모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크다. 전 세계 리츠 회사 가운데 50% 이상이 북미 지역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성장 가능성을 보면 아태 지역이 훨씬 높다. 캔터 대표는 유망 투자처로 홍콩과 호주를 꼽는다. 가격 면에서 볼 때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다.
흔히 미국이나 영국을 대표적인 리츠 투자처로 얘기하지만, 가격을 보면 이미 기대치까지 올라온 상태다. 홍콩이나 호주가 앞으로 수익이나 배당을 고려했을 때 상승 여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캔터 대표는 "홍콩은 제한된 공급 탓에 사무실 임대시장이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으면서 중국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리츠주에도 투자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리츠시장은 아직 규모가 작아 투자하고 있는 곳이 많지 않지만, 꾸준히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일반 투자자라면 리츠주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보다 안정적인 부동산펀드에 투자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위기 교훈 삼아 부채비율 크게 낮춰"
리츠펀드는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으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장점으로 리스크가 낮다고 줄곧 강조해왔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일부 부동산개발업자는 펀드매니저처럼 포트폴리오를 늘려가며 여기저기 투자하기도 했다.
캔터 대표는 서브프라임 사태를 과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일부 리츠가 부채 비율을 높이고, 일부는 리스크가 높은 호텔이나 중국 홈빌더(주택건설업자)에 과도하게 투자했던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끝에 업계 안에서도 자성이 시작됐다. 안정성에 무게를 두게 되면서 모기지 사태 당시 40~45%까지 올라갔던 부채비율은 현재 36~37%로 떨어졌다.
캔터 대표는 "안정성이 수년 사이 꾸준히 높아지면서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 18년 동안과 비슷한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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