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스타힐스

[취재현장] 이별의 예의가 실종된 금융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4-12-09 16:0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이별에는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하다. 그동안 함께 했던 시간이 아무리 좋았어도 마지막이 좋지 않다면 그것은 그저 나쁜 기억일 뿐이다.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서는 헤어짐에 있어서 어느 정도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을 가만히 살펴보면 이별의 예의를 찾아 보기 힘들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연임을 포기하는 과정만 해도 그렇다. 그동안 조직을 이끌어온 리더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실종된 모습이었다.

청와대에서 이미 내정한 후보자가 있다는 소문이 금융권 안팎으로 퍼지면서 전임자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상대방을 흡집내기 위한 투서가 난무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결국 이 행장은 차기 행장 후보를 선정하기에 하루 앞서 연임 포기의 뜻을 밝혔다.

이같은 상황이 최수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사퇴하던 모습과 묘하게 겹쳐진다. KB금융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9월 갑자기 최수현 전 원장에 대한 경질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했지만 결국 사태가 마무리되자 최 원장은 곧바로 사퇴했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은행 인사권에 일정 부분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는 수긍할 수는 있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과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처리하면 될 것을 '보이지 않는 손'들이 움직여 당사자 스스로 결정하게 만드는 건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이같이 정부의 세련되지 못한 이별로 인해 전임자 뿐만 아니라 후임자의 리더십에도 상처를 입혔다. 그 사람의 능력이 뛰어남에도 '정피아'라는                낙인이 찍히게 만들었다. 더욱이 내부 조직원들간 갈등까지 유발시킨 꼴이 되고 말았다.

이처럼 세련되지 못한 이별로 모두가 상처를 입었다. 문제는 매번 똑같은 일을 반복하며 '정치금융'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눈쌀을 찌푸려지게 만드는 예의 없는 이별이 이제는 없길 바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