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저는 ‘매울 신(辛)’을 성으로 쓰는데 고려시대 중국에서 오신 학자를 시조로 하죠. 사실 한국에서 주요 성씨 외에 많은 분들이 중국에 그 뿌리에 두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글로벌 시대라는 지금 중국동포들에게 ‘중국에서 왔냐?’면서 그들과 우리를 구분 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다함께 조화를 이루고 사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 아니겠습니까?”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61·영등포을)은 본지가 최근 연재한 ‘서울 속 중국, 대림동을 가다’ 기획시리즈에 영감을 주고 물꼬를 트게 한 인물이다. 자신의 지역구가 한국 내 중국동포(조선족)의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라 생긴 당연한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겠지만, 신 의원은 진심으로 중국동포 문제를 ‘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보고 있었다.
신 의원은 우리 국민의 상당수가 중국에 그 뿌리를 두고 있듯, 중국동포를 일컫는 ‘조선족’이란 말을 <아주경제>와의 인터뷰 내내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종족주의에 기반해 중국인들이나 써야 마땅한 말을 같은 뿌리를 둔 우리마저 조선족으로 구분하는 것부터가 문제란 이유에서다. 때문에 신 의원은 중국동포 문제를 일반적인 외국인문제로 접근하는 것부터가 문제의 본질을 가린다는 생각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중국동포’, 그 ‘다름’부터 인정해야
“정말 대림동 가보면 깜짝 놀라게 됩니다. 서울 속에 이런 곳이 있다니, 사실 저도 19대 총선 당시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접했던 지라 그들의 생활패턴이 처음엔 정말 낯설더군요. 최근 불미스러운 문제도 있고, 많은 국민들이 중국동포를 손가락질 하고 편견을 많이 갖고 있을 것입니다. 정말 말만 ‘중국동포’지, 정말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도 이분들은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많은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그들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문제를 해결할 출발점이 돼야 할 것입니다.”
이미 본지가 ‘르포’를 통해 체감한 대림동의 복잡하고 낯선 풍경에 더해 최근 불거진 중국동포 문제 등을 신 의원이 먼저 꺼내들었다. 사실 먹고 입고 자고 문제 등 하나부터 열까지 낯설고 다른 중국동포들의 생활패턴을 한국식으로 뜯어 고치는 것은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포용하고 수용하기도 쉽지 않을 일이다. 그렇다면 그들과 우리가 조화를 이루고 살 수 있는 ‘적절한 선’을 찾는 것이 문제다. 신 의원은 그 적절한 선을 찾으려면 먼저 중국동포에게 없는 ‘삼권분립의 개념’부터 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동포들은 삼권분립에 대한 개념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임금을 수차례 떼인 중국동포 노동자가 우리 고용노동청에 가서 임금을 받아달라고 떼를 씁니다. 그런데 담당공무원은 ‘여긴 돈을 받아다 주는 곳이 아니라 사업주를 고발해주고 도와줄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게 행정부가 할 일이고, 임금체불하고 도망간 사업주를 잡으려면 민사나 형사로 따로 고발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답답한 그 노동자는 어느 순간 화가 치밀어 공무원을 칼로 위협하고 심지어 찔러버리는 일도 생깁니다. 이게 단적인 예죠. 그런데 중국사회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삼권분립’의 개념이 희박합니다. 이런 부분들을 모르고 접근하고 정말 그들은 무식하고 폭력적인 사람들일 뿐입니다. 이 개념부터 잡아주는 것이 시급합니다.”
◆‘교육과 규제’ 투 트랙 해결책 모색…법무부-경찰 협업 물꼬 터
삼권분립의 개념을 비롯해 한국사회에서 통용되는 규범을 그들의 삶과 접목시키려면 무엇보다 ‘교육’이 필수다. 당장은 중국동포 자녀들을 위한 기초적인 규범 교육부터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사실 중국동포들의 고단한 삶에 별도의 시간을 내서 교육을 받으라고 강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들은 또 우리 못지않게 ‘끼리끼리 문화’를 갖고 있어서 외국인교육과 별도로 차별화된 교육 프레임을 원합니다. 당장은 아이들을 상대로 한 교육부터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림동만 해도 일부 초등학교는 한 반에 70% 정도가 중국동포 자녀들입니다. 그 아이들을 위한 교육부터 제대로 이뤄져도 많은 문제들이 점차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교육과 더불어 규제와 처벌을 병행하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 신 의원의 생각이다. 당장의 기초질서가 이미 지역 내 거주 한국인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그에 따른 편견 또한 계속 커지게 내버려둘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이 가진 뿌리 깊은 ‘혐중 정서’를 극복하려면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이 문제를 풀 실마리라는 소신도 한 몫을 한다.
신 의원은 “주말이 지나고 나면 음식물쓰레기를 비롯해 수많은 쓰레기 더미가 대림동 골목마다 산처럼 쌓입니다. 쓰레기 무단투기를 비롯해 고성방가, 아침저녁 중국동포 특유의 단체 체조, 각종 사건사고에 따른 민원이 폭주합니다. 이에 따른 규제와 처벌은 교육과 함께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일단 경찰과 지자체가 나서서 힘쓰고 있는데 예방과 감시를 위한 CCTV 확충이 그 당장의 해법입니다. 다행히 이번 국회에서 관련 예산을 상당히 확보해서 기초질서 위반 건이 점점 줄어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신 의원은 기초질서 감시와 범죄 예방을 위한 CCTV 예산 확보뿐만 아니라 그동안 고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법무부와 경찰 간의 협업의 물꼬를 트는 성과도 냈다. 그동안 부처가 공유가 금지됐던 중국동포들의 출입국 기록 등의 법무부 출입국관리국 정보를 경찰이 접근할 수 있도록 신 의원이 수차례 촉구한 결과, 올해 9월부터 일선 경찰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림동을 순찰하는 경찰들이 이제 어깨에 힘 좀 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중국동포들이 경찰을 되레 우습게 여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젠 한 번에 자신들의 출입국 정보 등이 조회되니깐 비자에 민감한 이들은 경찰을 무서워하게 됐다는 겁니다. 그동안 이렇게 간단한 협업조차 이뤄지지 않았으니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국회-정부-지자체 합심한 ‘다문화협의체’ 산파 역할 맡아
신 의원은 이처럼 지역구를 종횡무진하며 중국동포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지만 혼자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중국동포 문제는 이미 대림동이나 영등포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 더 나아가 한국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기 때문이다. 신 의원은 그러면서도 동시에 중국동포들과 우리 국민들이 조화를 이룬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 또한 갖고 있다.
“중국동포들은 특유의 생활력으로 이미 대림동, 구로, 금천, 관악 등을 넘어 광진구까지 거주지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좀 더 나은 교통 인프라, 주거 여건을 찾아서 서울 곳곳에 둥지를 트고 있는 것입니다. 비단 서울, 경기 수도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더 많은 중국동포들이 자신들의 정주여건을 확대할 것입니다. 그동안 이 문제를 사실상 방치했었던 정부가 뼈 깊은 반성을 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때가 왔습니다.”
신 의원은 중국동포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유일한 민관정협의체인 ‘다문화협의체(가칭)’의 산파 역할을 맡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다문화협의체는 중국동포들의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영등포구·구로구·금천구·관악구 등 4개구 국회의원 △4개구 구청장 △서울시장과 부시장 △행정자치부(서울시 경찰) △법무부(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서울시교육청 △지역민 등이 처음으로 함께 해 중국동포 관련 문제를 전방위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중국동포 문제를 다룰 협의체를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중국동포들이 많은 지역구 의원님들도 함께 했고 지자체장에 관련 부처까지 함께 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그동안 부처별로, 지자체별로 제각각 이뤄졌던 중국동포 문제를 한곳에서 논의할 장이 만들어졌다는 점은 유의미합니다. 앞으로 이 다문화협의체가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우리사회의 중국동포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선구자 역할을 하길 기대합니다.”
신 의원은 초선 의원이지만, 당 최고위원을 맡으며 통합민주당이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변모하는 과정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당내 범주류계로 통하는 그는 절반을 지난 의정활동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남은 절반의 의정활동이 ‘희망’의 길이기를 바랬다.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문제부터 세월호 참사, 그리고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등 박근혜 정부에서 갖은 의혹들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게 너무 많습니다. 중국동포 문제 역시 본질을 외면한 정부의 ‘근거 없는 낙관주의’가 화를 키운 것입니다. 의혹과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으면 국민들은 절망하고 정부를 불신하게 되고 공공부문은 다 파괴됩니다. 남은 의정활동 기간 미력하지만, 더 이상 국민들에게 ‘절망’이 아닌 ‘희망’을 볼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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