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이거하나 받아가세요. 어라 조선족이 아이네(아니네).”
지난 15일 대림역 앞에서 행정사 전단지를 돌리는 아주머니가 기자의 한국말 억양을 듣자 겸연쩍은 웃음을 뗬다. 길림성에서 왔다는 아주머니는 “한국인이면 안 받아도 되는데”라며 연신 받아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서울지하철 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를 나오면 한국 안의 작은 중국을 만나게 된다. 입구를 나오는 순간 환전소와 출입국 관리소, 직업소개소가 눈에 들어온다. 코에는 향신료 냄새가 파고든다.
중국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대림2동은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더욱 쉽게 들리는 곳이다. 이 곳은 중국인의 터전 그 자체다.
발걸음을 옮겨 대림동 중앙시장에 들어서면 각종 중국식 먹거리들이 가판을 가득 채우고 있다. 시장의 겉모습은 활기를 띄었으나 그들의 이면은 한국사회의 서운함으로 가득했다.
이날 만난 중국인 동포 A씨(60 남)는 한국 생활의 상처에 대해서 토로했다. 대림2동에서 10년 이상 거주했다는 A씨는 “조선족 자체를 만만하게 보고 접근하는 악덕업주가 너무 많아 수 차례 임금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열 번 중에 절반은 임금을 떼였을 것”이라며 “경찰이나 고용부에 신고해서 업주를 잡아도 그들은 벌금 몇 푼만 내면 그만”이라고 하소연했다.
근처 중식당에서 만난 김순희(31·여)씨는 자신을 조선족 3세라고 소개했다.
김씨는 “조선족의 범죄행위를 거론하며 마치 모든 조선족이 난폭하고 심지어 칼 하나쯤은 허리에 차고 다닌다는 식으로 몰아세우는 데 오해가 깊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조선족 범죄의 원인으로는 한국인의 인종차별과 이주한 조선족들의 열악한 처우를 살펴봐야 한다”며 “조선족의 범죄행위가 잘못인 것은 인정하지만 그들은 한국사회의 최하층에서 온갖 언어적·물리적 폭력에 노출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씨는 “나 역시 출입국사무소에서 무시를 당한 경험이 있다”며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순 있지만 국적을 언급하며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한중수교 당시 입국한 조선족 2세대와 달리 지금 활동하는 3세대는 교육수준도 높고 다양한 분야에 진출 중이라서 조선족 사회의 발전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