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기회는 아무나 오는게 아니다” 한국 조선업계 미다스의 손 권오익 대우조선해양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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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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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이후 불어닥친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글로벌 조선업황이 깊은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유가하락으로 인한 해양플랜트 발주감소, 상선부문의 더딘 업황회복 등으로 국내 조선업계는 만만찮은 한 해를 보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시장상황을 대변하듯 글로벌 톱(TOP)을 차지중인 국내 조선소들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와 수주량 감소 등으로 2014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달랐다. 국내 대형 조선소 중 나홀로 목표수주액을 초과달성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세계 최초 타이틀의 선박들을 잇따라 수주했다. 그 배경으로는 바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싹쓸이 수주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을 글로벌 LNG선 강자로 이끌어낸 권오익 상무(기본설계1팀장)을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7일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을 방문한 기자는 가장 먼저 집무실 한켠에 장식돼 있는 상장과 트로피들이 눈에 들어왔다. 권 상무의 업무 철학인 ‘기회는 아무에게나 올 수 있지만 준비된 자만이 도전과 성공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대변하는 듯 했다.

권 상무는 “지난해 LNG운반선만 37척을 수주한 것은 전무후무한 수치다. 시장의 수요도 이유지만 우리에겐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셰일가스 붐이 불었고, 연초 높은 기름값을 대체하기 위해 가스 수요가 늘었다. 거기에 환경규제도 더욱 강화됐다”면서 “유럽 사람들은 배를 짓지 않으면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 지구적으로 온난화 때문에 이상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기름을 많이 소비하는 선박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산성비의 주요 원인인 질산화합물, 황화합물의 제한으로 연료가 기름에서 청정연료인 LNG로 넘어가는 추세다.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해양환경규제는 우리나라 조선업계에 호재다. 준비가 이뤄지지 않은 중국과 일본 업체들의 경우 도태되고 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 버스나 택시가 천연가스와 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런 기술 또한 우리 회사가 선도적으로 리드해 가고 있으며, 이미 미국에 이 기술을 수출해 올해 말이면 LNG를 연료로 하는 세계 최초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친환경 선박 개발에 중점적으로 투자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야말(Yamal) 프로젝트에 사용될 세계최초의 쇄빙LNG운반선 15척을 수주한데 이어 LNG선에서만 총 37척을 수주하며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입증했다.

권 상무는 “선주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가를 생각한 점이 주효했다”면서 “영업의 정보력과 기획력, 연구소의 기술개발, 이를 접목한 설계의 완성도. 이 세 박자가 성공의 원동력”이라고 수주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유가가 떨어져 있지만 선박은 인도 후 25~30년을 사용한다. 선박의 운항비에서 60~70%를 차지하는 것이 유류비다. 권 상무는 “효율화된 선형과 추진기, 연료 절감 장치 등의 꾸준한 개발을 통해 전세계에서 가장 적게 기름을 먹는 상선을 이미 세상에 내놓고 호평을 받고 있다”며 “중국의 맹추격도 두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LNG선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극지․심해 등 남들이 가지 않는 곳도 마다하지 않고 선점하는 전략으로 꾸준한 연구와 투자를 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권 상무는 일각에서 제기중인 저가수주 의혹에 대해서도 ‘기우’라며 일축했다. 그는 “우리는 경쟁사의 평균 수주가 보다 높다. 2017년 성과를 기다려 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대량수주는 구매 단가를 낮추면서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주며 이는 수익성 증가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세상에 한 두척이면 몰라도 37척을 덤핑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권 상무는 올해 수주도 “자신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술력과 더불어 대우조선해양만이 가진 유연한 조직문화가 이유다. 선주들과의 협상시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선주들과의 미팅을 가질 경우 선주는 당시 설계원에게 Mr. Kim 또는 Mr. Lee 가 아닌 모두 영어 이름을 서로 부르며 격식 없는 미팅으로 친구가 된다고 설명했다. 권 상무는 “단지 한 번의 만남이 아니다. 때로는 계약에 실패하더라도 친구로 남아 이를 유지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미생 덕분에 해외 영업이 주 업무인 상사가 드라마의 배경이 되면서 젊은 인재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질문에, 권 상무는 ‘T’자형 인재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전공분야의 깊이가 있어야 한다”면서 “또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 등 폭넓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소양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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