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1. 서울 성북구의 한 원룸에 월 40만원을 주고 세 들어 사는 직장인 A씨는 연말정산에서 지난해 낸 월세를 공제받으려다 고민에 빠졌다. 월세세액공제를 받을 경우 세금을 물게 된 집주인이 월세 인상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서울 중구에서 월 80만원짜리 월세방에 거주하는 B씨는 연말정산에서 돌려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액을 확인한 뒤 한숨을 쉬었다. 세액공제 대상 월세액이 최고 750만원으로 정해져 있어 960만원의 월세를 내고도 최고액의 10%인 75만원만 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13월의 세금폭탄’ 논란을 불러일으킨 연말정산 시즌이 다가오면서 월세 세입자들의 고민이 깊다.
정부가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는 등 월세시대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세입자들을 위한 세제 혜택은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20일 국세청에 따르면 2014년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에서 총급여 7000만원 이하(종합소득 6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는 월세액 지급분 전액(750만원 한도)의 10%인 75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2‧26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세법 개정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신청 대상은 무주택 세대주 또는 세대주가 세액공제를 신청하지 않는 세대의 세대원이다. 임차주택은 국민주택(전용 85㎡) 규모 이하여야 하며, 임차주택의 주소와 주민등록상의 주소가 동일해야 한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할 경우 주택임대차계약서와 임대료 입금 내역서, 주민등록등본 사본 등을 제출하면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총급여가 3000만원으로 40만원의 월세를 내는 세입자라면 1년 동안 낸 월세 480만원의 10분의 1인 48만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세입자들은 세액공제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구비해놓고도 집주인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집주인이 세액공제를 이유로 이미 정해진 계약 기간 이후의 임대료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게시판에 세액공제 시 집주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지, 임대료 책정에 불이익은 없는지 등을 묻는 질문이 쇄도하는 이유다.
주택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 이상인 임대사업자의 경우 세입자가 세액공제를 받으면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이를 반길 리 없다.
임대료 인상이나 집주인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는 주택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의 경우 비과세 대상이라는 점을 알려주거나, 경정 청구기간을 이용해 다음 연말정산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한국납세자연맹 관계자는 “집주인이 세금 부담 때문에 월세공제를 꺼린다면 올해 세법 개정으로 주택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의 경우 비과세 된다는 사실을 알려줘 부담을 덜어주면 된다”고 말했다.
또 “집주인과의 마찰 때문에 이번 연말정산에 세액공제를 신청하지 못한 경우 경정 청구기간인 5년 안에 언제든지 환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월세가 60만원인 이상인 세입자 입장에서는 750만원으로 묶여 있는 세액공제 대상 월세 한도액이 못마땅하다.
예를 들어 총급여가 5000만원으로 월세 80만원을 내는 세입자는 지난해 낸 총 임대료 960만원이 아닌 공제 대상 월세 한도액 750만원의 10분의 1인 75만원밖에 공제받을 수 없다.
세액공제 범위나 금액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형 임대주택 입주자 상당수도 공제 한도 때문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추산한 기업형 임대주택의 월 평균 임대료는 서울 80만원, 경기‧인천 60만원, 지방 40만원 수준이다. 세입자들의 수요가 몰리는 인기 지역의 경우 비싼 땅값 때문에 임대료가 10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매월 100만원씩, 연간 1200만원의 임대료를 낸 세입자라면 750만원을 뺀 나머지 450만원에 대해서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개정된 세법이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만큼 당분간 공제 한도를 확대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2‧26 대책 발표 당시 한도를 750만원으로 설정한 것도 굉장히 많이 늘려 놓은 것”이라며 “개정된 세법이 올해 1월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추가로 한도를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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