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호남고속철도 KTX 노선의 서대전역 경유를 놓고 이해관계가 얽힌 지역 간 대립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광주·전남·북과 충북지역은 'KTX 운영계획 원안'대로 서대전역 경유를 제외하라고 요구하는 반면 대전권은 서대전역 경유는 물론 50% 정차까지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5일 코레일·광주시·전남도·대전시 등 관계기관이 참석한 '호남선 KTX 운영계획'회의에서 호남고속철 전체 편수 가운데 20%를 서대전역으로 경유시키겠다는 내용을 공식 거론했다.
호남선 KTX의 당초 운행계획은 하루 82편을 서울에서 충북 오송-남공주를 거쳐 전북 익산-광주 등 호남으로 운행할 예정이었다.
서대전을 경유하는 계획안이 확정될 경우 용산-익산 간 소요시간은 1시간 6분에서 1시간 51분으로, 용산-광주 송정 간 소요시간은 1시간 33분에서 2시간 18분으로 각각 45분이 더 소요된다.
서대전역 경유 논란에 먼저 발끈한 곳은 광주시와 전남도, 전북도 등 호남권이다.
윤장현 광주시장, 이낙연 전남지사, 송하진 전북지사는 지난 19일 공동성명을 내고 "호남고속철도를 건설한 근본 취지는 수도권과 호남권을 신속하게 연결해 고속철도를 통한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를 확산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서대전 경유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당초 계획대로 오송-공주-익산 운행 방침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장뿐만 아니라 지역 정치권과 경제계 등은 서대전역 경유에 대해 "호남을 무시한 이기주의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005년 호남선 KTX 분기점 결정을 놓고 충북 오송과 충남 천안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당시, 호남권 요구가 무시된 채 우회노선인 오송으로 결정된데 이어 또 다시 저속철인 서대전역 경유가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권 28명의 국회의원들도 21일 성명을 내고 "국토의 중심권에 위치한 대전은 KTX와 일반철도가 통과하는 등 교통의 요충지로서 반사이익을 누려온 만큼 호남고속철에 대해서 대승적 견지에서라도 대전시민이 양보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고 촉구했다.
특히 경부고속철도가 대전역을 통과하는 만큼 굳이 서대전역을 거쳐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저속철'이라는 오명과 함께 지역 간 마찰까지 겪으면서도 경유를 해야 하느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전과 같은 충청권인 충북도와 청주시 등도 "KTX 본연의 기능과 역할이 변질되지 않도록 운행계획을 수립해달라고 정부에 입장을 밝혔다"며 "이는 국내 유일의 고속철도 분기역인 오송역의 위상이 약화, 국토의 균형발전과 미래지향적 철도망체계 조성 기회를 상실할 우려가 매우 크고 서대전역 경유 주장은 이러한 대의를 상실한 편협한 지역이기주의"라는 입장이다.
반면 대전권에서는 "서대전역 경유 주장은 호남권에서 수도권으로의 이동수요를 충족시키면서 현재 서대전역, 계룡역, 논산역에서 KTX를 이용해 온 하루 5700여명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호남권과 대전·충청권과의 교류 활성화를 통해 상생발전하자는 것"이라며 "소비자 수요측면에서 운행계획의 50%를 서대전 경유를 해야 한다"고 밝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지역 간 확연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는 KTX의 수요와 안전성 등을 두루 고려해 최종 안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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