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의 전통가옥 사합원(四合院)이 '불법 증축'과 '부동산 투기'의 현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달 말 베이징 시내 한복판에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 건물 4채가 붕괴되고 수도관과 전력까지 끊겨 중국 사회를 당혹케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싱크홀 발생 원인이었다. 조사결과 장쑤(江蘇)성 쉬저우(徐州)시 인민대표 리바오쥔(李寶俊)의 집이 문제였음이 밝혀졌다. 불법으로 깊이 18m, 지하 6층 규모의 지하 별장을 '마구잡이'로 증축하면서 주변 지대가 약해졌고 결국 거대 싱크홀이 생겨난 것이다.
중국의 소위 '돈 좀 있는' 사람들의 불법 지하실 증축, 지하별장 논란과 함께 언론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뜻밖에도 베이징 전통가옥 사합원이었다.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는 5일 심층 보도를 통해 사합원이 불법 지하실 증축의 주요 대상이자 부동산 투기의 중심에 있다고 꼬집었다.
전통적 정취, 희귀성, 불법 지하별장 증축 등에 따라 사합원의 몸값은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모양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사합원 평균 매매가는 ㎡당 15만 위안(약 2620만원) 정도로 건축 면적 300㎡에 4500만 위안(약 78억6000만원)도 훌쩍 넘는다.
여기다 불법 지하실 증축 등으로 면적을 20~30% 늘리고, 호화시설을 갖추면 1000만 위안 정도는 더 받을 수 있다는 것. 증축 비용이 일반적으로 150만 위안 정도임을 고려하면 '많이 먹고도 남는 장사'라고 관계자는 증언했다.
사합원은 중국 고대 가옥의 한 형태로 사방이 모두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폐쇄형 구조가 특징이다. 지난 1949년 베이징이 다시 중국의 수도가 된 후(1928~1949년 사이 난징(南京)이 수도) 주택난 해소를 위해 적극 보급됐다. 하지만 이후 사회주의 건설 등 개발 붐이 일면서 대거 철거돼 현재 베이징에는 단 500여채 정도만 남아있다.
딱딱한 아파트, 빌딩 속에 '희귀한' 사합원이 다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지난 2007년부터다. 중국은 물론 해외부호까지 사합원 매입에 군침을 흘렸다. 이렇게 손에 넣은 사합원에서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지하실 등 불법 증축도 시작됐다.
필요로 개조한 사합원이 더욱 비싼 값에 팔리자 무분별한 개조가 이어졌다. 이에 결국 지난달 베이징 시내 바닥이 무너져내린 것. 그제서야 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중국 신경보(新京報) 5일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둥청(東城)구, 시청(西城)구, 차오양(朝陽)구 등 지역 당국이 전날 불법 지하실 증축을 단속 대상에 포함시켜 실태를 낱낱히 조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현재 지하실을 증축하고 있을 경우 공사를 중단시키고 기한내 원상복구도 명령할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주가 불복할 경우 법적 수단 동원도 불사할 예정이라고 둥청구 관계자는 밝혔다.
하지만 시장은 실제 단속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공사가 야심한 시간에 몰래 이뤄지고 있어 적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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