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은 붉은 색을 좋아해 세뱃돈이나 결혼식 축의금을 줄 때도 붉은색 종이봉투에 넣어 주는 관습이 있다. 여기서 유래한 말이 훙바오다.
지난해 텐센트는 자사 모바일메신저 위챗(웨이신·微信)을 통해 가입자끼리 서로 세뱃돈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훙바오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난해 설연휴 이틀간 500만명 이상이 이용하며 텐센트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에 알리바바도 올해는 자사 지불결제사인 알리페이를 통해 훙바오 서비스를 출시해 홍보에 나섰다. 원조 격인 텐센트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2일 자사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서 알리페이의 훙바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막으며 견제한 것. 이로써 훙바오 전쟁이 촉발했다.
알리바바는 알리페이 가입자에게 6억 위안(약 1000억원)어치를, 텐센트는 위챗과 QQ 메신저까지 동원해 알리바바보다 10배가 넘는 65억 위안어치를 쏘기로 한 것.
이에 뒤질세라 알리바바는 다음 날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해외에서 알리페이로 결제하는 고객에게 결제액의 반값을 할인해 주기로 한 것이다.
알리페이는 10일 “해외 20만개 가맹점과 협력해 춘제 연휴기간 한국·태국·싱가포르·홍콩·마카오 지역의 레스토랑·커피숍·백화점·마트·편의점·면세점·영화관에서 알리페이로 결제하는 것은 물론 지하철·택시·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 시 알리페이로 구매한 해외교통카드를 사용하면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선언했다.
알리페이를 통해 세금을 환급받을 때에도 더 많은 우대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물론 지역마다 최대 할인액은 다르지만 해외 여행을 하는 알리페이 이용자들은 하루에 최대 수백 위안은 거뜬하게 절약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알리바바와 텐센트 간 ‘훙바오 전쟁’은 한층 더 가열되며 ‘세계 대전’으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훙바오 서비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 지인들끼리 세뱃돈을 주고 받으며 ‘정(情)’을 나누기 위해 시작됐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보다는 SNS 방면에서 경쟁력을 가진 텐센트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텐센트는 현재 4억5000만명의 위챗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알리바바는 8억명(모바일 가입자 수 1억9000만명)에 달하는 알리페이 이용자를 내세우고 있다. 훙바오 전쟁을 대륙 밖으로 확산시키며 위챗의 훙바오 서비스 이용자를 알리페이로 빼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양사가 이처럼 훙바오 서비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급증하는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춘제 연휴기간 훙바오 전쟁에서의 승자가 향후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란 판단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은 가입자 2억1700만명, 결제액 7조7660억 위안(약 1363조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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