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가 채권투자를 늘린 만큼 금리가 더 떨어지거나, 현재와 같은 수준만 유지돼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미국이 연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점쳐지지만, 앞다퉈 돈 보따리를 풀고 있는 다른 선진국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만 조기에 돈줄을 죄기는 어려워 보인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증권업종지수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1761.17에서 1864.58로 5.87%(103.4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1.57%)을 4배 가까이 웃돌았다. 은행ㆍ보험업종이 나란히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 비해서도 대조적이다.
기업정보업체인 CEO스코어 자료를 보면 삼성증권은 2014년 3분기(7~9월)에 올린 채권운용 수익만 약 1996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204.0%가 늘었다.
이 덕에 영업이익도 좋아졌다. 삼성증권은 2014년 잠정 영업이익이 1667억원으로 전년(영업손실 4억원) 대비 흑자로 돌아섰다. 대우증권도 영업이익이 2698억원에 이르러 다시 흑자 회사가 됐다.
영업외적인 판관비 축소와 구조조정도 실적개선에 영향을 줬겠으나, 채권 덕을 톡톡히 봤다. 지점을 중심으로 한 주식중개(브로커리지) 영업은 손익분기점을 맞추기도 어려웠지만, 본사 쪽에서 돈을 벌어들여 이를 상쇄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14년 말에만 2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게다가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커 추가적인 인하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통위가 이달에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내릴 가능성은 남아 있다"며 "최근 호주까지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이 심화되고 있고, 우리만 여기서 빠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상반기도 채권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라며 "채권투자를 늘려 온 증권사라면 현재 상황이 우호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죽을 쑤던 브로커리지나 금융상품 판매 실적도 나아지고 있다.
1월 들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7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발행잔액도 80조원을 넘어섰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핵심이익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미리 단행한 구조조정 효과가 올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채권이나 상품운용에서 더 나은 실적이 나올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메리츠종금증권을 보면 콜까지 써가며 채권에 투자했고, 대박을 냈다"며 "금리가 1% 내릴 때 채권 수익은 7배 불어난다는 게 정설인 만큼 올해도 상당한 실적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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