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전남 영광 한빛원전이 바람 잘 날 없다. 원자력 발전소 부품 고장에 따른 대형 방사성 폐기물 처리 논란에 이어 인적 실수로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민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15일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과 한수원 등에 따르면 한빛원전은 지난해 10월 31일 오후 6시42분부터 9시23분까지 원전 1호기 세탁배수 탱크에 있던 다량의 액체 방사성 폐기물을 방사선 감지기가 작동하지 않은 상태로 바다에 방출했다.<본지 2월13일자 보도>
세탁배수 탱크에는 방사선 관리구역 내에서 작업 종사자가 착용하는 방호복, 양말, 장갑, 두건 등을 세탁한 세탁수 2만9071ℓ가 들어있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17일에는 한빛원전 3호기의 증기발생기 세관 일부에 결함이 발생, 수습 과정에서 엉뚱한 밸브를 잠그는 실수로 12시간가량 '제논-133' 등 8가지의 핵종이 포함된 고온·고압의 방사능 18.8GBq(기가베크렐)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검출된 방사능 수치가 평소에 130배에 달했음에도 원전 측은 "극히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됐지만 외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고 원전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혀 숨기는데 급급했다.
지난해 8월에도 원자로 돔 안의 공기 중에 있는 방사성 물질 '아르곤41'을 대기로 무단 배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주민 불안은 커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사고들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인적 실수로 발생한 것이어서 원전 안전관리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품 균열로 교체 작업을 하고 있는 폐 원자로 헤드를 지정된 시설이 아닌 임시 저장소에 보관하기로 해 지역 사회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한빛원전은 부실 자재를 사용해 만들어져 안전성 논란을 빚은 3호기 원자로 헤드 교체 작업을 지난달부터 진행 중이다. 오는 7월에는 한빛 4호기 원자로 헤드도 교체할 예정이다. 교체되는 원자로 헤드는 한빛본부 내 공작실에 임시 보관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폐 원자로 헤드는 원전 핵심시설로 직경 5m, 높이 4m, 중량 90t에 이른다. 기존 대형 폐기물은 제염작업을 거쳐 적정크기로 절단해 보관해 왔지만 교체하는 헤드는 방사능 오염도가 높아 절단 작업을 못하기 때문에 실물 그대로 보관해야 한다.
방사성 폐기물 지정 장소가 아닌 임시 시설에 보관해 방사성 물질 유출 등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영광 주민들과 환경단체로 결성된 '한빛원전대책위원회'는 지난달 한수원 본사 앞에서 '한빛 3호기 원자로 헤드 교체 중지' 상경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한빛원전 관계자는 "지난 10월31일 배출한 세탁수는 방류 전 방사능 오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시료 분석 결과 핵종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배출 절차서 개정과 감시기에 대한 보완 설계변경, 담당자 착오로 절차가 누락된 만큼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빛 3호기 페 원자로 헤드 교체에 대해서도 "방사성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제염과 페인트 칠, 철판 케이스 포장 등의 차폐 처리 후 보관할 예정"이라며 "현재 원자력 안전법에 따라 규제기관의 검토와 승인을 받았고 안전조치도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전 측의 '안전에는 문제없다'는 해명에도 영광군의회는 최근 개회한 제208회 임시회에서 한빛원전의 안전성 강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군의회는 "그동안 원전의 안전성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해 줄 것을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 등에 수차에 걸쳐 요구해 왔지만 '문제없다. 안전하다. 검토해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는 등 주민 불신만 키워 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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