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인류대학만이 희망이라면 그 사회는 병든 사회”라고 말하는 자신이 못내 흡족한 귀족, 한정호는 아들 한인상이 서울대에 합격하자마자 사법시험을 준비하라며 열을 올린다. 그의 아내 연희는 “재산보다 권력보다 지성과 자격을 물려주겠다”며 고상을 떨더니 인상의 사법시험 합격을 기원하며 부적을 쓴다.
뒤늦게 여자친구 서 봄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고3 한인상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하더니만 앞날이 무서워 한강에 뛰어들기를 시도한다. 이게 웬걸. 부잣집 도련님에게는 겨울 한강물이 너무 차가워 그마저도 좌절된다.
출연 배우 모두 제 밥값을 한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앵커 출신 백지연. 상류층이면서도 상류층의 가증스러움을 한껏 비웃는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처음 도전하는 연기가 놀랍도록 자연스럽다. 믿음직스러운 목소리와 또랑한 발음으로 뉴스를 읽던 그가 한껏 톤을 높여 심드렁하게 친구를 비꼬는 모습은 놓쳐서는 안되는 재미다.
드라마는 그간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권력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가면 미소 뒤에 감취진, 교활함이 활어처럼 펄떡이는 권력층의 세계를 온전히 그려낸다. “드라마는 당대를 다루고 표현해야 하고, 또 그걸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은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안판석이 바로 지금, ‘풍문으로 들었소’를 내놓은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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