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5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이 주최한 조찬 행사에서 진보성향 문화운동 단체인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 김기종씨(55)에게 피습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흉기가 목쪽 경동맥을 1~2㎝ 차이로 비껴가면서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건졌다. 그는 얼굴에 길이 11㎝, 깊이 3㎝의 상처를 입었지만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김씨가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습격하는 데는 불과 1~2초 밖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하는 대로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2시간30분 동안 수술…"성공적으로 마쳐"
리퍼트 대사는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에서 1차 치료를 받은 뒤 CT 촬영 등을 하고 오전 9시 40분께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다시 이송됐다. 리퍼트 대사는 이송차량에서 내리면서 괜찮으냐고 묻는 미국 당국자에게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I'm OK, I'm OK. Hey, guy, Don't Worry)"는 말을 두 번 반복하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관련기사
정남식 연세대학교 의료원장은 "얼굴상처는 오른쪽 광대뼈에서 아래턱까지 길이 11㎝, 깊이 3㎝이며 다행히 안면 신경이나 침샘 부위 등 주요 손상은 없었다"면서 "얼굴은 80여 바늘을 꿰맸으며 얼굴 흉터와 손감각 이상 후유증이 앞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리퍼트 대사의 얼굴 봉합 수술을 담당한 유 교수는 "리퍼트 대사의 얼굴 상처는 불과 1∼2cm 차이를 두고 목 쪽의 경동맥을 빗겨나갔다"고 전했다.
유 교수는 또 "기능적인 후유증은 없을 것 같지만 흉터가 전혀 없는 것처럼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1∼2년이 지나면 희미해져서 눈으로는 알아보지 못할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형외과 수술을 집도한 최 교수는 "리퍼트 대사가 공격을 팔로 막는 과정에서 왼쪽 팔의 전완부 중간 부분에 새끼손가락에서 엄지손가락 방향으로 3cm가량 관통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새끼손가락의 척골 신경과 엄지와 검지를 펼 때 쓰는 신경이 손상돼 봉합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힘줄 손상이 동반됐기 때문에 4주 이상 고정할 필요가 있지만 기능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새끼손가락 쪽에 감각 저하가 예상되지만 6개월∼1년 정도 지나가면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사 참가자 가장한 범인, 1~2초 사이 리퍼트 대사에 흉기 휘둘어
경찰은 사건 직후 김씨를 체포, 종로경찰서에서 수사를 진행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는 이날 오전 7시 40분께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1층 세종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강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김씨는 행사가 시작되자 갑자기 일어나서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참석자 옆에 유인물을 내려놓은 직후 리퍼트 대사쪽으로 달려들어 그를 눕히고 1~2초동안 흉기를 수차례 휘둘렀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리퍼트 대사는 흉기에 얼굴과 손 등을 다쳐 피를 많이 흘렸고, 손수건으로 상처 부위를 감싼 채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서 행사장 밖으로 이동했다. 그 사이 김씨는 뒤쪽 테이블에 있던 미 대사관 경호팀과 민화협 관계자들,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 등 참석자들에 의해 제압당해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출동한 경찰에 인계됐다.
당시 김씨는 "유인물을 나눠주십시오. 지난 3월 2일에 훈련 반대하면서 만든 유인물입니다. 한·일관계 다리가 날아갔어. 왜 전쟁훈련합니까. 전쟁훈련하면 우리나라 통일 영원히 안 됩니다"라고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김씨는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간 뒤에도 아스팔트 바닥에 엎드린 채 한동안 저항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민화협은 사건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테러"라며 "마크 리퍼트 주한 대사 테러 행위에 대해 한·미 양국 정부와 국민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민화협은 "김씨가 대표로 있는 서울시민문화연석회의에 초대장이 전해졌으나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1998년 민화협 창립초기에 가입한 서울시민문화단체연석회의가 현재 활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적으로 소멸처리가 되지 않아 온라인으로 초청장이 발송된 것"이라며 "이 초대장 또한 김씨가 아닌 단체 앞으로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김영만 홍보위원장은 "김씨는 민화협에 어떤 직책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관계자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