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대치은마, 개포주공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매매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매매를 저울질하던 대기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난에 강남권 인접지역의 매매거래가 늘면서 다시 강남권에 영향을 미치는 '역물결'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는 10억원, 76㎡은 9억1000만원 정도에 매물이 나온다. 76㎡형의 경우 지난해 12월 8억5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석 달만에 6000만원 가량 상승한 것이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9억원에 대치은마 76㎡형이 실거래됐다. 2년 전만해도 이 아파트 76㎡는 6억9500만원, 6억9400만원에 계약이 이뤄지면서 7억원 선이 깨지기도 했다.
인근 M공인 관계자는 "대치동 일대는 노후 아파트임에도 항상 학군 수요가 있어 전세가격이 높게 형성된다"면서 "수요는 몰리는데 전세물건은 없는 상황에서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에 활기가 돌면서 매매로 돌아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셋값 상승세가 매매가격이 높은 강남3구 재건축에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치동의 전셋값은 지난해 5월 1㎡ 당 612만원에서 올해 2월 660만원까지 올랐다.
이정찬 가온AMC 대표는 "재건축 연한 단축과 초과이익환수 유예,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각종 규제 완화에 따른 사업성 개선으로 재건축 투자를 저울질 하던 수요 유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격 약세를 보였던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올들어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4건의 거래가 이뤄졌지만 1월 7건으로 늘더니 지난달에는 14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6건의 거래가 이뤄지며 매수세가 붙고 있다.
박준 잠실박사공인 대표는 "전용 112㎡의 경우 지난해 말 10억7000만원 정도에 거래됐지만 이달 들어서는 11억1500만원까지 오른 상태"라며 "거래는 계속 이어지고 가격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저층 재건축 단지인 개포동 주공1단지도 설 연휴을 기점으로 매맷값이 1000만~2000만원 올랐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36㎡형의 경우 지난달 6억∼6억1000만원에서 3월 현재 6억3000만원을 호가한다. 6억8000만∼6억9000만원이던 전용 43㎡형도 현재 호가가 7억원을 웃돌고 있다.
일부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대기수요가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것이다. 지난해 '래미안서초에스티지' 청약 당시 72.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대부분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에 성공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최근 주택시장은 가격이 오르면 매수세가 관망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구입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거래량 증가에 비해 가격이 크게 오르진 않고 있다"며 "다만 정부의 규제완화로 재건축아파트가 유망투자처로 부상하면서 재건축을 앞두고 있거나 사업추진이 원활한 단지를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한국은행이 12일 전격 금리를 인하하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의 매수세 유입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들고, 취득 비용이 감소하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여지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박합수 팀장은 "강남구 개포 주공, 강동구 고덕 주공·둔촌 주공,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 사업 추진이 빠른 곳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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