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1억6800만명에 달하는 농민공(도시 이주 노동자)을 주축으로 한 중국 노동자들의 성난 목소리가 거세다. 중국을 주요2개국(G2)으로 성장시킨 주역에서 경제성장과 함께 소외계층으로 밀려난 중국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 사회적 차별 등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에 중국 정부는 노동자들의 성난 민심을 달래고 매년 급증하는 노동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뒤늦게 나서기 시작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올해 양회 기간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농민공에 대한 임금 체불 등을 억제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정부는 이어 지난 8일 '조화로운 노동관계 구축에 관한 의견(이하 의견)' 26개 조항을 발표하고, 이를 공산당 지도부를 비롯해 노동 관련 학자, 변호사, 노동단체 등에 공문으로 전달했다.
이에 따르면 직원들은 임금, 휴가, 안전한 근무환경을 비롯해 사회보험과 기능훈련을 받을 권리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또 '노·사·정 3자 시스템'을 통한 건전한 노사관계 구축 매커니즘을 마련하고 기업 내 공산당의 역할도 확대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가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경제성장 둔화, 사회적 불안, 공산당 지도부 통제력 악화 등 노동분쟁이 보내는 위험 신호를 감지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중국에서 급증하는 노동분쟁은 지난 20년간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지난 몇 년 간 중국에서 노동분쟁은 급증하고 있다. 중국 민영기업들은 노사분규의 '재난지역'이 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표적으로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에 신발을 공급하는 대만의 유원공업이 지난달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에 있는 공장을 폐쇄하자 일자리를 잃은 2000명의 노동자들이 파업을 일으켰다. 지난 7일에는 둥관(東莞)시 소재 신발제조공장의 노동자 5000명이 노동법에 규정된 주택보조금 등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홍콩 소재 인권단체인 '중국노동회보(China Labour Bulletin)'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발생한 노동분쟁은 1379건으로, 전년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발생건수는 전년동기대비 3배 이상 증가한 569건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3개월간 벌써 650건이 발생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이 지난해 2000여 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가 2013년 7월부터 조사 당시까지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4.3%는 자신의 급여를 받고자 항의 시위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분야별로는 건설업이 전체의 31%로 제조업(36%)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부동산 시장 냉각에 건설업체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노동분쟁이 빈발하는 것은 경제 성장 둔화, 인건비 상승, 높아진 의식을 비롯해 소셜미디어를 통한 노동자 교류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외국기업에 대한 규제로 짐을 싸는 외국기업이 늘면서 고용이전과 해고보상금을 요구하는 분쟁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뒤늦은 대책 마련이 노동자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 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중국 정부의 대책에는 "여전히 구식의 관행만 남아있을 뿐, 진정한 돌파구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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