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비관했던 전망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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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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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하루가 다르게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2011년부터 이어진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나 강세장으로 진입하는 다양한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 올해 증시 속속 상향 조정되고 있는 이유다. 당초 올해 코스피 예상범위를 1750~2150선으로 봤지만, 최근 하단과 상단을 각각 150포인트, 100포인씩 올려 1900~2250선으로 높였다.

이런 상향 조정을 가능하게 한 구체적인 변화는 무엇일까. 물론 증시가 강세장에 진입하는 데에는 꼭 필요한 조건이 있다. 국내 증시는 수년째 박스권 흐름을 이어왔지만, 해외 시장은 같은 기간 꾸준히 오름세를 탔다. 이런 해외 시장 상승 배경을 살펴보자. 첫째 경기와 기업이익이라는 펀더멘털을 들 수 있다. 둘째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수급이다. 끝으로 금융ㆍ재정정책이 상호 공조하며 제대로 리듬을 탔다. 거꾸로 우리 증시가 2011년 이후 4년째 박스권 흐름을 보인 것은 어찌 보면 이런 3가지 요인이 서로 엇박자를 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증시 매력이 반감됐던 것은 2011년을 정점으로 기업 실적이 감소한 것이 주요한 요인이다. 이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같은 선진국 중앙은행이 보여준 통화정책에 비해 우리 당국은 여기에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각국이 경제 안정과 회복을 목표로 성장을 준비하는 사이 우리는 오히려 수출 의존도를 확대시켰고, 급속한 내수 둔화를 초래해 위협 요인을 키웠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내수 둔화와 성장률 저하로 설비투자에 인색해졌고, 잠재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여기에 계층간 소득격차도 심화되면서 악순환을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올해 들어 일부 신흥국 중앙은행은 미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자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인플레 위험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선진국 경제가 일방적으로 독주하면서 신흥국에서 경기 하락 압력은 되레 확대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중앙은행은 평균 기준금리를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우리 국고채 3년물을 보면 기준금리인 1.75%를 하회하는 역전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저금리 환경은 단기에 바뀌기 어려워졌다. 과거 10년 동안 박스권 돌파 신호도 시장금리 역전현상에서 시작됐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신호는 금융장세 출현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금리하락은 수년째 박스권 장세인 우리 증시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그동안 코스피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즉 청산가치에 겨우 턱걸이하는 저평가 상태에 있었으나, 매력을 잃었던 것은 기업이익 정체로 올해 초까지 순자산가치 변화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3월 기준금리 인하를 고비로 변화 조짐이 보인다. 기업이익이 2014년과 같다고 가정해도 4월부터는 자본비용 하락으로 순자산가치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년 만에 우리 증시에서 저평가 매력이 다시 돋보이게 되는 것이다.

2011년 이후 정체된 기업이익도 올해는 증가할 전망이다. 아직 기대치가 높지는 않다. 그러나 그동안 구조조정 노력이나 생산성 개선, 유가하락에 의한 원가절감, 금융비용 감소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매출 증가가 제한적이더라도 기업이익 증가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인다.

10년 만에 찾아온 시장금리 역전현상이라는 저금리 환경에서는 지금껏 유지해 온 비관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과거 금리가 역전됐던 2004년, 2005년 우리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던 점을 돌아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수 있다. 정부가 경기부양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까지 감안하면 반신반의하며 지켜보던 투자자도 시장에 믿음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효과를 반영해 내재가치를 고려할 경우 산업재와 금융, 정보기술(IT), 소재업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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