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간 신용등급자들은 1금융권에서 대출을 거부해 하위 신용등급자와 같이 2금융권에서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으며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통상 1금융권에서 대출이 가능한 등급은 1~4등급이다. 연체없이 성실 상환 중이어도 대출 금액이 많거나 2금융권을 이용 중인 사람은 중간 등급인 5·6등급을 적용받고 있다. 이들은 전체 신용등급자 4342만명 중 1216만명(28%)에 이른다.
하지만 1금융권이 중간 신용등급자들을 위한 상품을 내놓지 않다 보니 불가피하게 2금융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같은 1000만원을 대출받더라도 은행권 평균 가계신용대출 금리인 연 4.9%를 적용하면 연간 이자 49만원만 내면 되지만 저축은행 평균 금리 25.9%를 적용받을 경우 5배 이상 높은 259만원을 내야 한다. 이로 인해 중간 신용등급자들은 비싼 이자를 물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는 등 고금리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금융권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아 고위험군에 속하는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기 쉽지 않다는 것이 1금융권의 입장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신규고객 창출이라는 긍정적인 면은 있지만 고위험군 고객에 대한 신용평가 모델이 갖춰져 있지 않아 예상 손실률 등을 계산하기 힘들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리스크를 안고 무모하게 대출을 확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금융지주사 입장에서는 "이미 계열 캐피탈과 저축은행 등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에서 10%대의 중금리 상품을 확대하게 되면 이들과 업무가 중첩돼 영업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2금융권도 난색을 표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용등급이 높은 고위험군이 주요 고객인데, 이들을 대상으로 저금리 대출상품을 확대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특히 정책 금융상품인 햇살론, 바꿔드림론과 같은 전환대출로 인해 고객 이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무모하게 금리를 낮춰 손실을 키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정부의 서민금융 정책 확대에 시장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며 “타 금융권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금리 경쟁을 펼쳐야 하지만 그렇다고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위험군 고객을 상대로 저금리 정책을 펼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리단층 해소를 위한 의지가 시장에서 먹혀들지 않다 보니 결국 정부의 역할은 중금리 대출상품을 직접 공급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햇살론,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상품은 자격요건이 까다롭고 공급량도 적어 한도를 늘리더라도 중간 신용등급 계층에 도움을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대표적인 서민 금융상품인 햇살론과 새희망홀씨대출의 대출 금액은 각각 2조원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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