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부채에 발목잡힌 저축…가계저축률 세계 최저 수준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부채, 생계비 부담 등으로 인해 가계저축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민계정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가계순저축률은 6.1%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4.5%)과 비교하면 2%포인트 가깝게 늘었지만 여전히 세계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1년 이후 가계저축률이 5%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를 비롯해 2004년(8.4%), 2005년(6.5%) 등 단 세 차례에 불과하다. 1988년 24.7%로 정점을 찍었던 가계저축률은 1990년대 평균 16.1%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가다 2001년(4.8%)부터는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를 밑돌았다. 2011년 기준 한국의 가계저축률은 3.4%로 OECD 평균(5.3%)에 훨씬 못미친다.
특히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38.0%에 달했다. 이 비율은 개인들이 1년간 가용 소득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로, 비율이 높을수록 가처분소득 증가율에 비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높다는 의미다. 2005년 105.5%를 기록한 이후 2006년 112.6%, 2008년 120.7%, 2011년 131.3% 등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해 안심전환대출을 내놓았지만 되레 가계의 저축 여력을 더 낮출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장점은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상환해야 하는 돈이 늘어나 여윳돈이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번에 안심대출을 신청한 주부 임순희(54)씨는 "월 40만원씩 나가던 것이 안심대출로 전환하며 상환금액이 2배 정도 늘어날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따로 저축하는 것은 꿈도 못꾼다"고 말했다.
◆ 줄어드는 가계저축 향후 경제 성장에 걸림돌?
문제는 줄어드는 가계저축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저축률 하락 추세가 지속되면 투자와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치고 내수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소비 성향이 이미 하락세로 돌아서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미국 경제에서도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조정이 실물경기 침체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계저축률 급락과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가계저축률이 1%포인트 하락할 때 투자는 0.25%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19%포인트 각각 하락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소득을 높여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저축 여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천구 연구원은 "가계저축률 하락 추세가 지속되면 투자와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노후 소득보장 문제도 심각해질 수 있다"며 "저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계의 소득기반을 확충하고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승주 한국은행 연구위원도 '개인저축률과 거시경제변수간 관계분석' 보고서에서 "개인순저축이 증대될수록 장기적으로 소비도 늘어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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