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가이드라인대로면 상당부분 민간발전의 퇴출이 불가피해 전력산업의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전력공급과잉에 따른 비용 낭비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간접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과거 전력대란 시 정부가 종용해 시장에 진입했던 민간발전사들은 정책 변경으로 퇴출 위기에 놓여 정책 신뢰도가 추락할 것이란 우려 등 갖가지 논란이 들끓고 있다.
업계에 정통한 한 시장 관계자는 19일 “정부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밝히지 않고 성과연동형용량계수(PCF) 제도 도입을 강행하면서 업계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며 “그런데 예비율을 기준으로 15% 이상의 발전설비에 대해서는 용량요금(CP)을 축소하는 방안이 거의 확실시 된다”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적정 예비율을 15%, 발전기 고장 또는 원전 정비 등 불확실성을 감안한 목표 예비율을 22%로 잡고 있다. PCF 적용 구간을 해당 예비율을 기준으로 설정해 15% 이하 발전기는 기존 7.46원/kWh CP를 유지하고 15% 이상부터 22%에 가까울수록 CP를 0원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즉, 22%를 넘어가는 발전기는 CP를 받지 못한다.
정부는 그동안 이같은 가이드라인을 밝히지 않고 PCF 제도 도입 절차를 진행해왔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먼저 제도 도입을 결정한 다음 세부 내용을 논의하자는 식인데 어불성설”이라며 “제도 도입 전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업계와 논의돼야 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보조금이 감축되면 리스크가 큰 쪽은 SK(SK E&S), GS(GS EPS, GS파워), 포스코(포스코에너지), 삼천리 등 천연가스(LNG)복합발전 위주의 민간발전사들이다. 최근 전력공급과잉 상황에서 원전이나 석탄발전에 비해 발전단가가 높은 LNG발전소들의 가동률이 저조해 보조금 축소는 경영난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계는 대안 없이 보조금 감축만 추진하는 것의 불합리성을 제기한다. 비효율발전기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려면 고효율발전기에는 혜택을 줘야 합당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2001년 도입했던 CP가 이후 14년간 물가인상분 반영 없이 한차례도 오르지 않은 점을 문제 삼는다.
2011년 발생했던 9‧15 순환정전 사태 이후 국가적 전력부족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긴급 투입됐던 LNG발전사들로서는 이제 정부로부터 발등을 찍히게 된 처지다.
조영탁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발전사들이 CP를 염두에 두고 투자한 만큼 해외에선 소송으로 번질 사례”라며 “정부의 정책리스크가 커지면 장기적으로 전력산업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