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전 세계 완성차업체들의 친환경차 접근방식은 제각각이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 있는 분야에 승부수를 띄우며 향후 친환경차 시장 확대를 대비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골프 라인업에 기존 내연기관 모델 외에도 순수 전기차인 e-골프와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골프 GTE를 내놓고 있다. 골프 GTE는 지난 2일 서울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20일에는 서울 종로구 ‘나무 모던 앤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에서 시승회를 통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완충된 골프 GTE를 몰고 도로로 나서 그 성능을 직접 테스트해봤다.
◇겉모습은 ‘골프’, 속은 ‘전기차’
실내는 기존 골프와 같지만,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 모니터 화면이 조금 다르다. 6.5인치 디스플레이에서는 전기로 달릴 수 있는 거리와 에너지 흐름, 무공해 통계 등을 보여준다. ‘무공해 통계’는 얼마나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달렸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 차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공차중량은 1524kg으로 골프 TDI(1415kg)나 골프 1.4 TSI(1375kg)보다 약간 무겁다. 이는 보닛 안에 전기모터(34kg)와 전력전자(12kg)가 추가되고 뒤 시트 아래에 배터리(120kg)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무게가 늘어났지만, 엔진과 모터의 출력을 합한 총 출력이 204마력에 이르기 때문에 직진 상태에 힘 부족은 느낄 수 없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시간은 7.6초로, 골프 1.4 TSI(8.4초)보다 빠르다.
단, 앞뒤로 추가된 무게 때문에 차선을 바꾸거나 좌우로 회전할 때는 다소 묵직한 느낌이 전해진다. 기아 쏘울EV의 경우 배터리를 바닥에 깔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부담은 적은 편이지만, 골프 GTE는 좌우 흔들림을 감안해 운전하는 게 좋다.
전기모드로는 50km까지 달릴 수 있고, 이후에는 엔진이 가동된다. ‘GTE’ 모드버튼을 누를 경우 차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조용하던 차는 ‘그르렁’ 대면서 ‘노멀’ 모드의 섀시가 ‘스포츠’로 바뀌고, 가속 페달 반응이 민감해진다. ‘전기차가 맞나’ 싶을 정도의 폭발적인 가속력과 엔진음이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이러한 가속 이후 실내로 뜨거운 바람이 들이친다는 것이다. 히터를 틀지도 않았는데, 송풍구에서는 열기가 나온다. 아마도 전기모터의 작동 영향인 듯한데, 향후 시승기회가 생긴다면 꼼꼼히 체크해볼 생각이다.
100% 전기차에 비해 골프 GTE가 갖는 장점은 가정에서의 빠른 충전시간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다. 2.3kW의 가정용 전원으로는 3시간45분, 폭스바겐이 제공하는 월 박스를 통해 3.6kW의 AC 충전모드를 사용하면 2시간15분이 걸린다. 같은 교류 방식을 이용하는 르노삼성 SM3 Z.E.는 AC 7kW 완속충전기로 3~4시간이 소요된다. 다만, 급속충전모드가 없기 때문에 100% 전기차처럼 20~25분 수준의 충전시간을 기대할 수는 없다.
지난해 11월 독일에서 출시된 현지 가격은 3만6900유로다. 국내 판매 가격은 폭스바겐 코리아가 들여올 내년쯤 정해지겠지만, 현재의 환율로는 1.4 TSI보다 약 1000만원이 비싸다. 골프 GTE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5g/km로, 골프 1.4 TSI의 27% 수준. 이러한 친환경적인 이점을 누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급 의지가 중요하다. 더 많은 세제 지원이 이뤄질 때 도심 공기를 맑게 만들 수 있고,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개발 의지도 북돋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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