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이변이 일어났다. ‘영원한 비주류’인 이종걸 (4선·경기 안양만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포스트 우윤근’ 체제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새정치연합은 7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새 원내대표 경선 결선투표를 한 결과, 127표 가운데 이 의원이 66표를 얻어 61표에 그친 최재성(3선·경기 남양주갑) 의원을 꺾었다고 밝혔다.
애초 원내대표 경선 초반부터 ‘3수생’ 도전을 앞세워 동정 여론으로 세몰이에 나선 이 의원이 당내 최대 계파 중 하나인 정세균계의 최 의원을 꺾은 셈이다. 우당 이화영 선생의 직계손인 이 의원은 당내 강경파로 통하며, 계파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1차 투표(128표 참석)에선 이 의원이 38표, 최 의원은 33표를 각각 얻었으나 재적 과반(66명) 득표자가 없어 결선투표를 실시했다. 승리를 자신한 △조정식(3선·경기 시흥을) 22표 △김동철(3선·광주 광산갑) 21표 △설훈(3선·경기 부천원미을) 14표 의원 등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카운터파트너(대화상대)로 결정된 최 의원은 당장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 등 5월 임시국회 일정 및 현안 협상을 주도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게 될 전망이다.
◆재보선 패배·公연금 파동, 강경파 李 선택
제1야당의 새 원내대표 경선은 1차 투표에서부터 이변이 일어났다. 범친노(친노무현)그룹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조 의원이 예선 탈락한 것이다.
손학규계인 조 의원이 1차에서 고배를 마시자 정치권 안팎에선 4·29 재·보궐선거 참패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문재인호(號)의 첫 선거였던 4·29 재·보선에서 제1야당은 ‘호남의 심장’ 광주마저 내주면서 참패했다. 4월 임시국회에선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만 처리한 채 ‘빈손’으로 나왔다.
당 안팎에서 ‘문재인 책임론’이 극에 달하자 소속 의원들이 강경파 원내사령탑을 앞세워 ‘내부 결속’을 하는, 전략적 투표를 했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당내에서 비주류로 통할뿐 특정 계파나 정파에 얽혀있지 않다. 친노 역시 ‘이종걸 체제’에 대한 부담이 많지 않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4·29 재·보선 패배 이후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논란이 불거진 것도 ‘이종걸 체제’ 출범에 한몫했다. 여기에 김한길계와 비노(비노무현)그룹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20여명의 율사 출신 등의 물밑 지원과 ‘3수생’에 대한 동정 여론이 맞물리면서 비주류의 반란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종걸 “어려운 난국 풀겠다”…대치정국 예고
제1야당이 ‘이종걸 체제’로 본격적으로 전환함에 따라 여의도는 당장 5월 임시국회 현안을 둘러싼 여야 원내사령탑의 두뇌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집회 등에서 대여 강경 드라이브를 걸었던 그가 실타래처럼 묶인 5월 정국의 순풍을 위해 어떤 묘수를 짜낼지도 관심사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그간 이 의원은 당내 지도부 의견과 관계없이 대여투쟁을 강조하는 등 소위 ‘튀는 발언’을 많이 했다”며 “여당과의 싸움에서 지기 싫어하는 ‘이종걸 체제’가 패권주의 논란에 휩싸인 ‘문재인 체제’와 체제와 어떤 조화를 꾀할지도 주목할 대목”이라고 밝혔다.
실제 그는 지난 2009년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의 실명을 공개, 보수언론과의 싸움도 마다치 않는 등 전투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5월 정국의 여야 간 대치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직후 “선거에서 패배하고 무시당하고, 소수당으로서 참담한 심정을 더 신중하게 더 진중하게 풀어나가겠다”고 한껏 몸을 낮췄다. 이어 “이 참담한 우리 이 상황을 여유 있게 힘 있게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체제’와의 갈등을 의식한 듯 “능력을 갖춘 130명 의원들 모두의 뜻을 구하고 당 대표의 전략을 배우겠다”며 “(취임 이후) 고문단을 운영해서 원내가 균형 있고 서로 나누고 소통해 어려운 난국을 꼭 풀어나가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 신임 원내대표의 첫 번째 시험대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 등 5월 임시국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